윤흥희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
지난달 11일 서울 동대문구 남서울대 부속 건물에서 만난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경찰 조직의 구성원이 약 13만명이고, 이들 하나하나가 첩보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2~3개월의 마약류 범죄 수사 교육을 받아 마약류 범죄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다면 그 잠재력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교수는 경찰공무원 출신 마약 범죄 수사 전문가다. 그는 1980년 순경으로 입직해 2016년 경정으로 퇴직하며 35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서 봉직했다. 그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재직한 기간의 3분의 2가량을 마약류 범죄 수사에 헌신했다. 일선 경찰서 마약팀장은 물론이거니와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의 창립 구성원으로서도 활동했다. 2004년에는 한성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청소년 약물남용 원인 실태와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2007년에는 동 대학원에서 '마약류 범죄 수사 체계의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이론과 실습 모두에 밝은 윤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약류 범죄 수사가 지닌 장단점, 국내 마약류 유통 방법의 변화 등을 자기 경험에 기반해 이야기했다.
"마약류 범죄를 총괄할 일원화된 수사 기관 필요"
윤 교수는 한국의 마약류 범죄 수사의 제1의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마약단속국(DEA)와 같은 일원화된 수사 기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법인을 직접 검거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마약류 공급을 차단하고 압수한 마약류 의심 물질을 감정하는 일 모두가 마약류 범죄 수사의 차원에서 하나의 순환고리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한국의 경우 마약류 사범을 검거하는 것은 경찰이, 해당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검찰이, 공급 차단은 경찰과 관세청이, 마약류 감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한다. 문제는 이들 기관끼리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에는 현장에서 마약류 사범을 잡기 위해 경찰과 검찰이 각각 출동해 두 기관의 수사관들이 서로를 적으로 착각해 싸운 적도 있다"면서 "두 기관 사이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그런 일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약수사, 사이버수사와 함께 해야
윤 교수는 오늘날의 마약 수사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사이버범죄 수사팀이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십년 전 대면 위주로 거래됐던 마약 유통이 휴대폰과 인터넷을 타고 비대면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19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약류 거래는 대부분 사람 대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가짜 마약류를 유통하면서 사기를 치는 유통책도 많았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대면거래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짜 마약류를 이용한 사기 행각이 줄어들고 전자상거래도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됐다.
이같은 비대면 거래가 사이버 상에서 이뤄진다는 것에 윤 교수는 주목한다. 그는 "현재는 사이버 수사와 마약류 수사가 구분돼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두 수사 영역이 하나로 합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약류 범죄의 사이버화가 진행되면서 청소년층 마약류 사범의 증가를 걱정했다. 그는 "인터넷과 친화적인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류 범죄에 빠지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면서 "청소년층은 호기심이 많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내가 느낄 때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60% 가까이는 마약류의 유해성을 알지도 못한 채 친구와 선배들의 권유로 시작한다"고 전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125명으로 지난해 1~2월 누적 30명과 비교해 316.7% 급증했다. 더구나 15~19세 미성년자가 75명이었고 15세 미만도 4명이 있었다.
"일탈 청소년들 잡다 보니 마약류 범죄에 흥미 생겨"
윤 교수가 마약류 범죄의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20년 이상 경험에서 비롯됐다. 처음부터 마약류 범죄 수사에 헌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찰공무원 초장기, 그러니까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계 형사로서 근무할 때 청계천 주변에서 절도와 강도를 일삼던 청소년들을 잡는 일을 했는데, 이들 청소년들을 잡고 보면 하나같이 부탄가스와 접착제 등의 약물을 흡입하며 환각 파티를 하고 있었다"면서 "탈선하는 청소년들은 왜 하나같이 약물을 할까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약물 관련 수사를 하게 되었고 마약류 범죄 수사에 전념하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마약류 범죄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 초 한성대에서 남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윤 교수는 "한국이 다시금 마약청정국으로 불릴 수 있도록 마약류 범죄 전문가들을 양성할 것이다"라며 "나 같은 사람의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큰 움직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기대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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