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진격의 K웹툰, 글로벌을 향하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5 18:36

수정 2024.04.15 21:26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부국장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부국장
요즘 TV나 영화, OTT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토리의 원천은 웹툰인 경우가 많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 디즈니플러스 '무빙' 등이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다. 시기를 좀 더 멀리 두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전인 지난 201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생'을 비롯해 '신과함께'(2017년), '킹덤'(2019년), '이태원 클라쓰'(2020년), '재벌집 막내아들'(2022년) 등이 모두 웹툰에서 이야기를 가져와 흥행에 성공한 경우다. 평소 웹툰을 직접 찾아 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TV나 영화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웹툰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웹툰은 대한민국이 '발명'한 문화상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지금은 보편적인 용어로 이미 굳어졌지만, 웹(web)과 만화(cartoon)라는 말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웹툰(webtoon)'이라는 장르명도 사실 따지고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 즉 한국산이다. 당초 웹툰은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만화를 무료로 서비스하던 것이 그 시초다. 다음(카카오)의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네이버의 '마음의 소리' '정글고등학교' '신과 함께' 등이 그 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초창기 웹툰들이다. 이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강풀, 윤태호, 조석 작가는 이 분야의 '시조새'나 다름 없는 존재들로, 그들은 여전히 강력한 '창작 파워'를 과시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K웹툰이 '만화 같은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웹툰 전문가인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K웹툰이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만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멀티미디어적 요소들을 활용하고, 향유자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고유성(Originality)을 확보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만화 고유의 미학을 토대로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의 참여, 개방, 공유, 생산의 특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웹툰을 수용자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2023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산업의 총매출액은 1조8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해당 분야 조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 2018년 이후 최대치로, 당시(3799억원·2017년 기준)와 비교해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매출 역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K웹툰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웹툰 세계화의 성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카카오픽코마의 일본 시장 장악이다. 지난 2016년 일본에 첫 진출한 픽코마는 누적 앱 다운로드 4500만여건을 기록하며 론칭 7년 만에 '망가(만화)의 나라' 일본을 무너뜨렸다. 픽코마 외에도 네이버라인망가(2위), 네이버웹툰(4위), 카카오페이지(5위) 등 한국 플랫폼이 글로벌 웹툰 플랫폼 상위 5위권에 나란히 포진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세계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온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근 행보도 눈에 띈다.
네이버는 전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500억원에 인수하고, 국내 1위 웹소설 업체 문피아 지분 74%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또 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6000억원에 인수하고, 모바일에 특화된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5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덩치를 키웠다.
'글로벌 스토리 IP 플랫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K웹툰의 진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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