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가운데 40% 가량이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 대응 뿐 아니라 거시경제 활력 제고에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16일 KDI는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내며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 이들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 · 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대한민국에서는 소득수준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이후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노동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경력단절을 우려하여 커리어를 유지한 채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 이후 매년 약 0.07명씩 감소 일로를 걷는 중이다. 지난해 현재 0.72명으로 0.7명대로 내려앉았고, 지역·기간에 따라 0.6명대 아래의 합계출산율까지 보이는 상태다.
반면,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2021년 동안 1.68명에서 1.58명으로 매년 약 0.017명 감소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부터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소득과 출산율이 비례관계로 전환하며 여성의 경제활동률과 출산율이 함께 오르면서다.
특히 한국은 육아로 인해 경력을 포기할 경우 입는 손실이 큰 축에 속하는 나라다. KDI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를 지속함에 따라 기대되는 임금 상승을 감안하면, 14%p 이상의 경력단절 확률 감소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각 연령별 청년 여성이 육아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는 정도는 혼인·출산 비중이 높은 30~34세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용격차가 줄어들며 여성의 경제활동은 늘어났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출산 부분을 포기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여성의 경제 활동을 줄여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정책은 노동 공급을 증가시키고 회복할 수 없는 인적자본 훼손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개인 또는 가구 입장에서는 평생소득의 증가를, 거시경제 관점에서는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경제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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