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지원하고 반도체 생태계 건설
국내 지원 미흡해 기반 약화 우려
국내 지원 미흡해 기반 약화 우려
첨단시설을 짓는 해외 기업들에 이렇게까지 파격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 전략의 배경을 거듭 새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뺏긴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며 반도체 자국주의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세계 공급망 새 판을 짰고, 세부 프로젝트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힌 중국을 따돌려 경제안보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자국 제조업의 부활이 목표다.
세계 1, 2위 반도체 회사 삼성과 TSMC가 이에 호응하면서 미국의 구상은 청신호가 켜졌다. 엔비디아, 퀄컴, 애플 등 세계 거물 팹리스 업체와 여기서 나온 주문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이 미국 내 확고히 자리를 잡으면 반도체 생태계 시너지는 엄청날 것이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반도체 수요는 지금 폭발적이다. 이미 고대역폭메모리(HBM), 지능형반도체(PIM) 등 AI용 고성능 차세대 반도체 수요는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첨단 일자리 혜택도 말할 것 없다. 삼성의 투자만으로 5년 내 2만개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 협력사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수만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텔, TSMC 등의 투자까지 합치면 미국 내 반도체 일자리는 2030년까지 12만개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미국반도체산업협회의 전망이다.
기업들은 엔지니어 등 고급인재 부족 사태를 대비해 미국 대학에 장학금을 주고 연구개발(R&D) 지원 경쟁까지 벌인다. 삼성도 이미 텍사스 테일러와 오스틴 지역 대학에 대규모 투자로 인력양성을 돕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큰손을 고객사로 끌어들이는 데 한층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인텔, TSMC 등 경쟁사들은 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AI 네트워크 저변을 넓혀왔다.
우리의 경우 정부나 정치권이나 말만 많고 실질적인 반도체 지원책은 미흡하다고 본다. 입지규제는 여전히 강력하고 보조금은 대기업 특혜론에 밀려 논의도 쉽지 않다. 국가전략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정도가 인센티브인데 이마저도 연말 끝난다. 이대로면 국내 반도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총력전에 여야가 나뉠 수 없다. 정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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