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화는 관객이 봐야 그 존재 이유가 있다. 한 스토리텔러가 말하길 어떤 스토리가 나빴다면 자신의 잘못이지만, 그게 좋았다면 관객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어떤 영화가 좋은지는 결국 관객에 달려 있다.”
1.2배나 1.5배속으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 79세 노장 감독은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이같이 말했다. 백발의 호주 거장 조지 밀러(79) 감독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이후 9년만에 신작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를 내놓는다. 그는 자신의 출세작 ‘매드맥스’ 3부작(1979~1985)을 70세의 나이에 다시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주역이다.
'퓨리오사'는 다음달 개막하는 제77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5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처음 방문한 밀러 감독은 15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처음 스토리를 만드는 것만큼 배급을 통해 관객이 영화를 보고 반응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퓨리오사’ 막바지 후반 작업 중에 한국에 달려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40년간 내 영화를 배급한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은 정말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며 “이틀간 한국에 있다가 호주에 가서 마지막 믹싱을 마무리한 뒤 사운드와 영상을 합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됐다”는 그는 한국 관객의 높은 영화지식을 언급하며 영화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영화제가 그 어느 나라보다 많고, 도시마다 영화제가 있다고 들었다”며 "영화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든다. (그 덕에) 한국은 정말 흥미롭고 대단한 감독도 많이 배출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작을 들고 그동안 자주 찾았던 칸영화제를 다시 가게 된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그는 "나는 사전정보없이 영화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전 세계 관객이 서로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이 좋기 때문에 다시 (칸에) 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제에서 다른 영화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제 조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봉 감독과는 칸에서 함께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도 함께 작업한 바 있는 틸다 스윈튼도 동석했었다”고 돌이켰다.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호주에 왔을 때 다시 만났는데, 그때 내가 봉감독을 인터뷰했다. 어제는 봉감독이 나를 인터뷰했다. 업적을 세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주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퓨리오사' 18년의 시간 다룬 프리퀄
‘퓨리오사’는 주인공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부터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시점 직전까지 18년의 세월을 다룬 프리퀄(기존 작품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다.
밀러 감독은 전편과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분노의 도로’가 3일간 일어나는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했다면, 이번 ‘퓨리오사’는 녹색의 땅에서 납치당한 순간부터 ‘분노의 도로’에 이르기까지 18년의 서사를 다룬다”고 비교했다.
“‘분노의 도로’라는 이야기를 구현할 때 맥스, 퓨리오사 그리고 다른 폭군의 이야기까지 다 정리하고 반영했다. 그때 영화가 잘돼 퓨리오사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사막 위 추격신을 담은 전편보다 이번 시리즈는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대사가 더 많다. ‘매드맥스’ 팬들에겐 생경하면서도 친숙하리라 본다. (개봉을 앞둔 지금) 약간 떨린다. 감독들은 다 그렇다.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를 데려와 세계로 내보내는 느낌이다. 관객들이 많은 것을 느끼길 바란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지난 14일 조지 밀러 내한 기념 스페셜 GV에 함께했다. ‘퓨리오사’의 푸티지 영상을 관람한 봉 감독은 “말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압도적인 흥분감(을 일으킨다). 감독님까지 모시고 이 장면들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영화적인, 시네마 자체의 흥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광팬이라고 밝힌 그는 “‘매드맥스2’의 멈추지 않는 질주와 속도감과 액션들에 완전 반해 있었기 때문에 ‘설국열차’를 찍을 때 그 느낌을 많이 생각했다”라며 “이같은 폭주의 에너지를 조지 밀러 감독님만큼 잘 표현하는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