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코인 싸게 팔겠다고 유인한 뒤 범행
자금세탁에 주로 활용…"개연성 수사 중"
진술 꺼려 수사 어려움…"불법행위 따져야"
자금세탁에 주로 활용…"개연성 수사 중"
진술 꺼려 수사 어려움…"불법행위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코인) 거래를 미끼로 한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자금세탁'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한달새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동에서 테더 코인(USDT)을 싸게 팔겠다고 유인한 뒤 현금을 들고 달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같은 달 21일, 지난 1일, 11일 등 총 4건에 달한다. 3건은 역삼동 거리나 오피스텔, 1건은 삼성동 길거리에서 벌어졌다. 1억원에서 5억원이 넘는 돈을 빼앗는 과정에서 둔기로 폭행해 강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도 있다.
경찰은 코인을 빌미로 잇따라 일어난 이들 사건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강도사건 처럼 보이지만 건당 피해액이 최소 1억원 이상으로 경찰은 피해자들도 자금세탁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도 의심중이다. 테더코인은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로 달러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전 세계적으로 자금세탁에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호화폐 가격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USDT 시가총액은 약 151조원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3위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은 70% 안팎이다.
국제연합(UN) 마약범죄사무소는 지난 1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테더코인이 카지노, 자금세탁 등 범죄 집단의 자금 이동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국내에서는 범죄수익금 일부를 테더코인으로 구입해 전달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테더코인은 보관이 용이하고 달러와 연동돼 가치가 보관되는 특성 때문에 자금세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요를 노린 범죄가 최근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피해자가 자금의 출처를 얘기할 필요가 없지만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는 등 선행범죄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가 테더를 갖고 있는 경우 어떤 방법으로 테더를 구매했는지, 그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경찰은 테더코인 관련 사건과 자금세탁의 연관성을 살펴본다는 구상이다. 이미 송치된 3건의 경우도 피해금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금세탁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파악된 사례는 없다"며 "다만 개연성을 놓지 않고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다만 경찰의 수사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개인간 거래라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코인 거래 목적에 대해 진술을 꺼리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강남 오피스를 중심으로 자금세탁 조직이 활동한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며 "자금세탁을 위해 장외거래를 시도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피해자는 없는 만큼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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