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美 증시 결제·보관금액 줄었다
[파이낸셜뉴스] '강달러' 국면에도 서학개미는 지갑을 닫고 있다.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빅테크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가 주춤하자 바로 매도세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보관한 금액은 712억9175만달러(약 98조7747억원)로 전월(748억2886만달러) 대비 4.72% 줄었다. 상승세를 유지하던 보관금액이 올해 들어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거래량도 줄었다. 미국 주식을 실제로 결제한 금액은 이달 16일 기준 143억6637만달러(19조90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달 결제금액(399억3409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4월이 아직 절반이 남았다고 해도 전월 대비 거래량 하락은 확실해 보인다.
순매수 금액도 지난 달 20억9452만달러(2조9019억원)에 달했지만, 이달엔 5억9487만달러(8242억원)로 줄었다. 서학개미들이 4월의 남은 거래일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를 보이면, 이달 순매수 금액은 3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강달러 국면에서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원화 기준에서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달 1일 1349.4원에 마감하며 종가기준 연고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잇따라 급등세를 보이며 지난 16일에는 약 17개월 만에 1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랠리를 거듭한 뉴욕증시가 이달 들어 주춤한 영향으로 풀이한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달 28일 5264.85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강세를 보였지만 이달 16일(현지시간) 5051.41로 고점 대비 4.05% 떨어졌다.
실제로 서학개미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엔비디아를 이달 들어 내려놓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5억4863만달러(약 7604억원)만큼 매수하고 6억7355만(약 9335억원)달러어치를 매도했다. 1억2491만달러(약 1731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로서 올해 1·4분기 서학개미가 두 번째 많이 사들인 종목이었다. 엔비디아 주가가 주춤하면서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팔아치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강달러에 실적 꺾일 수도"
한편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종목들이 강달러 국면에서 오히려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학개미가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강달러 국면에서 오히려 이익이 낮아진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경우 자국 내 매출이 많은 기업들은 강 달러 환경이 이익 창출에 긍정적이지만 일부 업종에 속한 기업 중에서는 해외 매출이 많은 곳들이 있어 이런 곳들은 오히려 달러 강세가 이익 창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대표적으로 해외 매출이 많은 기업들이라 강 달러 환경에서 부정적 영향에 노출된 곳”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기업들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올해 1·4분기에도 빅테크들의 실적이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면서도 "다만 빅테크 매출액 증가세가 강달러 시에 꺾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향후 실적 가이던스에 어떻게 반영될 지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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