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육아휴직 확실한 기업이 생산성도 높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8:06

수정 2024.04.17 18:06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많은 여성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 경력 단절은 여성의 커리어는 물론 가구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산 여성의 경력 단절과 소득감소를 줄이기 위해 1988년부터 육아휴직제도가 시행중이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제는 대상 자녀연령과 기간을 지속 확대해, 현재는 만 8세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남녀 근로자가 각각 최대 1년까지 사용 가능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도 확대되고 있으나, 육아휴직제는 저출산 문제 해소 및 일·육아 양립을 위해 시행중인 대표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육아휴직제도가 개인에게는 고용, 임금 및 출산 측면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기업들은 비용으로 인식한다.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에 소극적인 이유다. 중소기업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동안 대체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탐색 비용이나 휴직 기간 업무 공백이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대체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인력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거나, 대체 인력에 교육훈련 비용이 쓰이면, 기업이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에 더 소극적이 되는 원인이 된다.

육아휴직제도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초기 투자한 인적자원에 대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여성이 출산·양육으로 회사를 관두면, 투자한 인적자원을 잃게 되지만, 육아휴직제로 고용을 유지한다면 초기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또 여성이 미래에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자신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이고 이는 기업 성과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육아휴직제도를 잘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더 우수한 여성 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기업의 성과가 더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인 수잔 보이치키도 직장 내 유급 육아휴직을 12주에서 18주로 늘리자, 구글을 퇴사하는 여성 인력이 50% 감소했고, 회사는 전문 역량을 쌓은 직원을 계속 보유해 직원의 퇴사로 인한 손실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그 비용을 상쇄하는 경우에만 이를 장려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육아휴직 활용 및 기간 증가 등이 기업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매출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즉 육아휴직제도 활용에 따른 효용이 비용을 상쇄해 기업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인력 대체는 예상 가능한 요소로 기업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 막연하게 육아휴직제도가 기업 성과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인식을 갖기보다 육아휴직제도 확대가 생산성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육아휴직제도와 같은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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