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제도가 개인에게는 고용, 임금 및 출산 측면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기업들은 비용으로 인식한다. 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에 소극적인 이유다. 중소기업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동안 대체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탐색 비용이나 휴직 기간 업무 공백이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대체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인력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거나, 대체 인력에 교육훈련 비용이 쓰이면, 기업이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에 더 소극적이 되는 원인이 된다.
육아휴직제도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초기 투자한 인적자원에 대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여성이 출산·양육으로 회사를 관두면, 투자한 인적자원을 잃게 되지만, 육아휴직제로 고용을 유지한다면 초기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또 여성이 미래에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자신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이고 이는 기업 성과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육아휴직제도를 잘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더 우수한 여성 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기업의 성과가 더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인 수잔 보이치키도 직장 내 유급 육아휴직을 12주에서 18주로 늘리자, 구글을 퇴사하는 여성 인력이 50% 감소했고, 회사는 전문 역량을 쌓은 직원을 계속 보유해 직원의 퇴사로 인한 손실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그 비용을 상쇄하는 경우에만 이를 장려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육아휴직 활용 및 기간 증가 등이 기업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매출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즉 육아휴직제도 활용에 따른 효용이 비용을 상쇄해 기업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인력 대체는 예상 가능한 요소로 기업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 막연하게 육아휴직제도가 기업 성과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인식을 갖기보다 육아휴직제도 확대가 생산성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육아휴직제도와 같은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
김민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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