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작가 "배양육 소재? 개인적 바람"
[파이낸셜뉴스] 현재 배양육을 개발 중인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넘는 가운데, 배양육을 소재로 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연출: 박철환, 각본: 이수연)이 공개와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배종’은 지난 10일 1, 2화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 4일 연속 디즈니+ 한국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홍콩, 대만, 일본, 싱가포르에서도 톱 10에 올랐다.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FUNdex)에서 발표된 4월 2주차 자료에서도 ‘지배종’은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결과에서 5위를 차지해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2025년 배경, VR로 경호원 면접 등 실감콘텐츠 눈길
‘지배종’은 2025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참신한 소재로 기대를 받았다.
공개 후 2025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선 AI, VR 등 실감콘텐츠가 그럴싸하게 구현돼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소떼가 사람들을 향해 달려오고, BF 그룹의 경호원을 뽑는 과정에선 VR로 면접을 본다. 또 윤자유는 일상적으로 인공지능 AI 장영실을 비서로 활용한다.
BF 내 공간 역시 색다르다. 앞서 이수연 작가는 디즈니+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일하는 공간이 평등하단 느낌을 주길 바랐다. 보스 ‘윤자유’와 그 밑에 연구원들이란 상하관계가 아니라 그들은 비슷한 공간에서 일하고 연구한다는 느낌을 바랐다"고 밝혔다.
또 “회사 외형상으론 어마어마한 캠퍼스라는 게 구현되길 바랐다”며 “좀 욕심내서 표현하자면, IT회사 대표들이 옷차림은 장롱 밑바닥에 구겨져 있을 것 같은 티셔츠나 입고 다니지만 그들 회사는 엄청난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시간적 배경에 대해 “대본을 쓴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라며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이 2025년이니까 집필 기준 3년 정도 후의 일이었다”며 “매우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SF 장르까지는 아니고, 환경적 이상향 하나가 실현된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지구, 배양육 소재 집필 의도 "개인적 바람"
‘지배종’은 지구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상용화가 코앞에 다가온 배양육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이수연 작가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동물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그렇게 되면 수많은 농축산업 종사자들분, 도살장부터 사료업체까지 미칠 영향도 매우 크겠구나,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을 통해 검사의 세계를, ‘라이프’에서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뤘다. 전작들과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표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작품들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지배종’은 아직 오지 않은 2025년이 배경이란 점”이라고 답했다.
“‘윤자유’ 캐릭터의 키워드는 ‘전진’입니다. ‘윤자유’는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전 세계 1차 산업 종사자들한텐 원수 같은 인물이지요. 그래서 ‘자유’를 증오하고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공을 질투하는 사람들도요. ‘자유’는 본인을 향한 거센 도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그럴만한 이유도 충분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전진하는 인물입니다.”
‘우채운’과 ‘윤자유’는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관계가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연민과 신뢰를 갖게 된다. 그는 “‘윤자유’와 ‘우채운’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얽히게 된 인물”이라며 “의도를 가진 인물들이고 또한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균형을 유지하며 쉽게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감정 교류를 일정 기간 차단하고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합을 이루기 전에 먼저 힘을 겨루는 단계가 먼저인 관계”라고 설명했다.
‘’지배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전진”이라는 단어로 짧게 답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한 가지입니다. 많이 보셨으면 합니다. 화제작이 되고 인기작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만드는 과정을 본 저로선 이렇게 많은 분이,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서 마음을 모았으니 그 결과가 다른 분들께도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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