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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尹 대통령 증인 신청한다…"외압은 대통령 '격노' 때문"

뉴스1

입력 2024.04.18 10:22

수정 2024.04.18 13:47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4.2.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2024.2.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박 대령은 채모 상병 사망 사고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외압이 윤 대통령의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은 이르면 오는 6월쯤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란 내용의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격노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란 게 주된 이유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기 때문에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움직였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장관 명(命)에 따른 것이니까, 그게 사령관 명령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의 지시로 그런 일(외압)이 벌어졌다면 명령의 정당성이 유지가 안 되는 것이고, 수사지휘의 목적은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증인(신문)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 증인 신청 시점은 6월쯤이 될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박 대령 측은 이때 윤 대통령을 비롯해 사건 당시 이종섭 장관,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제56보병사단장),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현 국방대 총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현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등을 함께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박 대령 측은 지난해 7월 19일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채 상병 사고를 조사한 후 경찰에 이첩하려는 조사 결과 보고서상 혐의자 명단에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빼기 위해 국방부 관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보고서엔 '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7월 30일 당시 이 장관은 이 보고서를 결재(서명)했지만, 이튿날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이후 박 대령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는 내용의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국방부 검찰단 진술서에 적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의중 때문이었을 것이란 게 박 대령 측의 생각이다.

박 대령의 진술서를 보면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두고 'VIP(정부 최고위급 인사를 지칭)가 격노해 이 장관과 통화했다'란 얘기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단 주장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김 사령관은 유 관리관과의 통화 뒤 "국방부에서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데 어떻게 하느냐"라고 박 대령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에 박 대령이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거냐"라고 되묻자,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에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라고 답했다는 게 박 대령의 설명이다.

"정말 VIP가 맞느냐"란 박 대령의 물음에 김 사령관은 '맞다'란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박 대령은 진술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이 항명 혐의 관련 수사 과정에서 'VIP 격노' 관련 진술을 접했음에도 자신의 주장을 '모두 허위이고 망상에 불과하다'라고 구속영장청구서에 표현한 건 허위공문서 작성이라며 지난달 군검사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사령관과 국방부 모두 박 대령의 진술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김 사령관은 VIP 언급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당시 이 장관은 보도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통화한 바 없으며, 김 사령관도 관련 내용을 들은 바 없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채 상병 사고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해 왔다.

또한 지난해 9월 13일 당시 이종섭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가 최초에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을 때 의문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개입은 없었음을 강조했다.

헌법상 대통령에게 재직 중 불소추 특권이 있다고 해서 증인 출석까지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윤 대통령이 증인으로 서는 건 이론상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146조(증인의 자격)는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재판부가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증인으로 법정에 선 전례는 없다.
대신 격노 발언 유무와 관련해 서면 질의 형식으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령 측도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증인 채택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서면 질의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당시 격노를 했느냐, (박 대령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 강행 이후 보고받거나 조치를 지시한 게 있느냐, (조사 결과) 기록 회수 과정에 개입했느냐 등 서너 가지"를 서면으로 질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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