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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대북제재 시스템 소생’ 시도..실효성은 “글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9 06:00

수정 2024.04.19 06:00

주유엔美대사 '新 제재 감시' 밝혀
유엔총회 활용·우방끼리 감시 '동시에'
전문가들, 중러 빠진 제재 실효성 우려
"블록화 신냉전, 제재 자체가 어려워져"
"중국 제재, 미국에게도 부담이라 한계"
北, 인도·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 수순
다만 'NPT 이력' 명분 제재 이어질 듯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파이낸셜뉴스] 국제연합(UN·유엔) 대북제재가 감시기구 폐지로 무력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자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민주주의 진영 우방국들의 협조 하에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유엔 내에서는 물론 별도의 기구를 꾸리는 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론이 우세하다.

■美주도 독자 대북제재 시스템 신설 검토

지난달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을 폐기했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정례보고서를 내는 감시기구다. 러시아가 이를 막아선 건 최근 보고서에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가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미국대사는 14~17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이행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을 찾아 대북제재 약화를 두고 보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미국이 마련 중인 대안에 대해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선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KBS 인터뷰를 통해 유엔 내부는 물론 바깥에서도 대북제재 이행을 촉진할 방안을 동시에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선 유엔 내부에선 안보리가 아닌 총회를 통해 대북제재 감시기구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유엔총회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만이 필요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해서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을 벗어나 미국과 우방국들끼리 대북제재 위반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내는 방안도 제기된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앞서 지난 1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만나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고, KBS 인터뷰에서도 “유엔 외부의 전문지식을 가져와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 "아군들끼리 만든 대안 실효성은 걱정"

그러나 이 같은 유엔 안팎의 대안이 대북제재 약화를 방지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위반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감시기구로는 충분한 위상과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장기적으로 유엔 대북제재가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우방국들이야 애초에 대북제재를 잘 지켰고 문제는 중러를 비롯한 불량국가들이 지키지 않고 있어서, 미국과 우방끼리 대안을 만들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제는 세계가 블록화돼 우방끼리만 협력하는 신냉전 시대라 제재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할 수 없게 되면 실질적으론 미국 등 주요국들의 독자제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핵 개발 제재를 돌이켜보면 대북제재도 유명무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독자제재가 유엔 제재 못지않게 효과가 크지만, 제재 위반으로 중국을 제재하는 건 미국에게도 경제적 부담이 된다”며 “그래서 중국이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나아가 러시아만큼 북한과 협력하게 된다면 대북제재는 형해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결국 대북제재가 무력화된다면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례를 고려했을 때 북한은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중러에 의해 정치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대북제재는 약화되더라도 명맥은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이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었던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탈퇴 선언을 하긴 했지만, 핵 비확산에 동의했었던 입장인 만큼 국제사회 내에서 제재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긴 하지만, NPT에 가입한 적이 있어 제재할 명분은 이어진다”며 “NPT에 가입한 적도 없어 제재 명분이 부족한 인도·파키스탄과는 다르다”고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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