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강달러 기조 지속으로 증시 내 섹터별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대외적 요인인 환율 수혜가 순이익 증가 폭을 확대시킨 탓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1400원선을 터치했다. 1년 5개월만이며 1400원대 환율은 외환위기(IMF 사태), 2008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이은 4번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금리 인하 지연과 중동 지역 긴장감 고조 등이 강달러 기조 지속 배경으로 손꼽힌다.
수년 만에 맞닥뜨린 강달러 기조 속에서 최근 투자업계에선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등 전통적인 환율 수혜 업종을 넘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콘텐츠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K콘텐츠 소비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된 만큼, 환율 상승 반영 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관련주들의 이익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애니메이션 총괄 제작기업 스튜디오미르 역시 대표 환율 수혜 종목으로 손꼽힌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 워너브라더스, 드림웍스 등 전 세계적으로 굵직한 제작사를 매출처로 확보하고 있는 스튜디오미르는 매출 100%를 달러로 벌어들인다. 국내 증시엔 위협으로 다가오는 환율 고공행진이 되려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웹툰과 엔터 산업에서도 강달러 수혜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수성웹툰은 자회사 투믹스 영미권 인기 웹툰 상위 10개 페이지 뷰가 1억건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판매는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환차익 효과가 기대된다.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엔터주들 역시 음반, 음원, 굿즈 수출을 비롯해 국내 아티스트 해외 방송 출연료 등까지 더해지면 환율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하며, 시장에서는 기존 연내 3회 인하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발 리스크까지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1300원대 환율을 뉴노멀(New Normal)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SK증권 류진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로 1000~1200원 사이에서 변동하는 흐름을 보였음에도, 2022년 1200원 돌파 후 쉽사리 레벨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술 패권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강한 성장세와 한국의 구조적인 대중 수출 동력 둔화 속에서 다른 변수가 없다면, 중장기적으로도 환율은 과거 1000~1200원대 레인지보다 높아진 1100~1400원 사이에서 등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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