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 노동자들이 19일(현지시간) 투표로 노조 설립을 가결했다.
디트로이트 빅3 자동차 업체들을 장악한 북미자동차노조연맹인 연합자동차노조(UAW)가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북미 공장에 노조를 설립하기로 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가운데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첫 단추를 끼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채터누가 공장 직원들은 찬성 2628표, 반대 985표로 노조 설립을 가결했다.
폭스바겐은 노조 설립 표결에 감사한다면서 연방 노동당국의 노조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UAW는 "포드(노동자들)가 무엇을 얻었는지를 보라"는 캠페인을 통해 13개 외국계 자동차 공장에 노조를 설립하려 노력하고 있다.
외국계 자동차 업체들은 주로 남부에 공장을 건설했다.
노조 입김이 강한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북부 지역과 달리 남부 지역은 전통적인 공화당 표밭으로 노조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노조 설립 노력이 있었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끝났다.
채터누가 공장에서 13년을 일했다는 한 노동자는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빅3 자동차 노동자들이 UAW의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급여가 사상 최대 폭인 25% 폭등한 것을 보고 채터누가 공장 동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UAW가 시간당 40달러 임금과 무료 의료보험을 끌어냈다면서 채터누가 폭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당초 노조 설립이 불필요하다면서 현재 채터누가 공장 노동자들의 시급은 24.50~32.40달러로 이 지역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 UAW가 임단협에서 대규모 임금 인상에 합의하자 임금을 올렸다. 이른바 'UAW 충격(UAW bump)'이라고 부르는 효과다.
UAW는 폭스바겐 노조 설립에 그동안 공을 들였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였다. 가장 최근 시도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있었다.
코넬대 산업노동관계대학원 교수인 해리 카츠에 따르면 당시 UAW는 지역 선출직 공무원들과 지역 재계 인사들, 또 반노조 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는 반 UAW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남부는 반노조 성향으로 낙후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동차 업체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던 터라 노조가 설립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테네시, 앨라배마주가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감세와 노조에 비우호적인 분위기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낚았다.
분위기를 바꾼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UAW 파업을 미 성인 76%가 지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선출직 공무원들의 노조 반대 의지는 굳건하다.
앨라배마, 조지아, 테네시, 텍사스주의 공화당 주지사들은 23일 UAW를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UAW가 "우리 주에서 특정한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면서 "우리 일자리와 삶의 가치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UAW의 이번 승리는 앨라배마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 노조 설립의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연방 노동 당국은 다음 달 메르세데스 앨라배마 공장 노조 설립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곳의 노조 설립 시도는 역사가 짧아 채터누가에 비해 노조 설립이 더 큰 난관을 뚫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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