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직권남용'여부가 쟁점
2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채상병 사건 특검법은 현재 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 중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법안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의원 116명은 지난 15일 21대 국회 내에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본회의에 올라있는 특검법상 채상병 사망사건·수사외압·수사 과장에서 인지된 혐의가 수사 대상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해병대 수사 기록 이첩 결정에 결재를 한 하루 뒤 이첩 보류를 지시한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채상병이 사망했을 당시 조사를 진행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경찰에 이첩했는데, 이 전 장관이 결재 하루만에 경찰에 이첩한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해당 지시가 있기 전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내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채상병 특검이 규명해야 할 주된 쟁점은 이첩보류 지시가 이뤄진 경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경위를 파악하는 것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 특성상 보고체계 등이 외부에 비해 정형적이기 때문에 이첩보류 지시가 내려지는 과정을 추적하기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군법무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군 체계상 어디서부터 지시가 내려왔는지를 따지는 것은 외부 사건에 비해 쉬울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의지만 갖는다면 충분히 규명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지 여부는 또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상 군인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 이첩 보류 행위가 수사 방해에 성립하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직권남용의 인정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며 "사건 경위가 파악된 뒤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출국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 3월 발의한 특검법상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등의 은폐·무마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있다.
도이치 사건, 1심서 공모 여부 판단은 안내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김건희 여사가 문제가 된 거래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은 김 여사의가 단순히 계좌를 빌려주는 수준에 그쳤는지, 직접적으로 주가조작에 공모했는지를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심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피고인 대부분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 중 3개를 작전세력이 운용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계좌 1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차명계좌라고 판단했다.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김 여사가 공범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의 소환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최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시세조종에 총 157개의 계좌가 동원됐다고 판단했지만 단순히 계좌를 빌려주거나 투자를 위탁한 경우에는 기소를 하지 않았다. 다만 공범들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김 여사와 최은순씨는 22억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공모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종합특검법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야당은 김 여사 특검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여사 사건의 경우 채상병 사건에 비해서는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며 "다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는 거대 야당이 특검 추진을 강하게 밀고 있지만 이미 검찰 수사로 주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수사를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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