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넘는 기간 대학병원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병동을 줄이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결국 피해는 환자만 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의대 교수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제출한 사직서가 오는 25일부터 효력을 발생하며 교수들이 실제 의료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공의 사직으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신규 환자 진료를 받지 않는 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사직하면 위험한 환자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대생들은 개강했는데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출석일수 미달로 유급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교육계에선 각 의대가 고등교육법상 정해진 1년 수업시수(30주)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4월 말로 보고 있다.
의대정원을 확정해 5월까지 대입 모집요강을 공지해야 하는 대학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는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모집인원 등을 반영해 입시계획을 제출, 대교협 승인을 받아 5월까지 홈페이지에 모집요강을 올릴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험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의대 증원 숫자가 확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고3 수험생의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오는 9월 9일부터다. 일부 의대의 재외국민전형은 이보다 두 달 이른 7월 8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 '메디컬 계열'과 이공계열 합격선은 입시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시간이 없다. 4월 말까지는 의대 증원 숫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와 의료계는 협상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최근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대학별로 의대정원을 2025학년도에 한해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겠다는 것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 같은 정부안에도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전국 의대 학장들도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 다음주에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협상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협상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주어진 상황들을 목표 달성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협상을 하기 위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안 좋은 협상의 자세로 항상 지나친 요구 혹은 터무니없는 오퍼를 내세워 상대 측의 기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극단적 협상자세,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고 몹시 화를 내며 우위를 차지하는 감정적 전술,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마감시한 무시 등을 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보여준 모습이 아닌가 싶다.
'협상은 감정으로 시작해서 감정으로 끝난다'고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양측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접고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협상기한은 4월 말까지다.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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