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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뜨거운 전력업계… 빅5 수주 17兆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3 19:16

수정 2024.04.23 19:16

美·중동 노후망 교체수요 한몫
현대일렉트릭 1분기'깜짝실적'
LS·대한전선도 잇단 해외계약
업계 "당분간 호황 지속" 전망
인공지능(AI)발 IT산업의 데이터처리 인프라 확충과 미국·중동 중심의 노후전력망 교체수요라는 '더블 특수'로 국내 전력업체들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력기기 및 전선 분야 '빅5'의 수주잔액도 1년 새 33% 늘어난 17조원을 넘어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23일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128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8%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40.9% 증가한 8010억원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건 미국·중동을 중심으로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주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변압기는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데 꼭 필요한 설비로,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와 전기차 보급 등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귀한 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1·4분기 해외매출 비중 62% 가운데 49%는 북미와 중동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북미 28%, 중동 21%다. HD현대일렉트릭은 1·4분기 영국에서도 수주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효성중공업도 지난해 수주물량의 40%가 유럽향일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유럽은 2026년 데이터센터향 전기 수요가 2025년 대비 46%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효성중공업 미국법인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효성중공업의 1·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356% 늘어난 644억원으로 추정했다. 에프앤가이드는 배전반에 강점을 지닌 LS일렉트릭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선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대형 전선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북미 지역은 송전 전력망의 50% 이상이 설치 이후 40년을 넘어서 노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상 주기 30년을 10년가량 넘긴 것으로, 그만큼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대표 전선회사들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최근 대만, 영국 등에서 계약을 따냈다. LS전선은 대만 펑미아오 해상풍력 사업에 약 13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을, 대한전선은 영국에 508억원 규모 초고압 전력망을 공급한다.

수주잔액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4조4363억원, 1조7359억원의 먹거리를 비축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각각 5조3775억원, 3조7184억원, 2조3261억원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 5개사의 수주잔액(지난해 말 기준)은 17조5942억원으로 1년 전의 13조1551억원 대비 33.7% 급증했다.


업계는 전력기기와 전선업계의 호황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달러(약 329조원)에서 2030년 5320억달러(약 733조원), 2050년 6360억달러(약 850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 급증으로 해외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곳도 있다"며 "세계적인 AI 붐과 데이터센터 수요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노후설비 교체까지 겹치면서 이례적인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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