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임 관련 모든 발언, 성적 언동 해당 안돼"
직장 동료에게 조언 의도 가능성에 '경고처분' 취소
직장 동료에게 조언 의도 가능성에 '경고처분' 취소
[파이낸셜뉴스] 여성 동료에게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가 재판까지 간 사연이 전해졌다.
23일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는 직원 A씨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상대로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A씨에게 2023년 5월 내린 불문경고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4월 A씨와 B씨가 타지역으로 출장가는 차 안에서 발생했다. 이날 두 사람은 사적인 대화를 나눴고, B씨는 "결혼을 늦추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한다"며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을 상담했다. 이에 A씨는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남자친구와 피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날에는 B씨가 차에서 기침을 하며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것 같다"고 말하자, A씨가 그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신고를 접수받은 문화전당 징계위원회는 A씨의 행동이 성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견책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 불문경고 감경을 받은 뒤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남자친구랑 피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임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피임'과 관련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의 발언이 성적 언동인지 여부는 발언이 구체적 상황과 경위에 비춰 판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원고에게 남자친구와의 결혼, 출산, 육아, 휴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대화 내용으로, 원고는 피해자에게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라고 말한 뒤 이같은 발언을 했다"며 "직장에서 친밀하게 지내던 관계였던 원고가 피해자의 고민에 대해 조언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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