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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케이팝"은 어때야 할까? ‘한류 수용성과 문화다양성 포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4 08:56

수정 2024.04.24 08:5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포럼 개최
사진제공=데이즈드 /사진=뉴스1
사진제공=데이즈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부교수는 ‘케이팝과 문화다양성: 새로운 시대의 케이팝’이라는 발제를 통해 글로벌 문화로 자리매김한 케이팝의 변화 양상에 주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진흥원)과 함께 ‘한류 수용성과 문화다양성 포럼’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규탁 부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코시스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 과거 케이팝이 미국·일본 문화가 한국에 유입돼 한국 문화와 융합됐다면, 최근 케이팝은 더욱 다양한 지역의 문화 유입과 동시에 해외 진입을 통해 현지 문화와 섞이는 방식으로 전개됨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비한국인 케이팝 그룹과 같은 현지화된 케이팝 등장이 새로운 케이팝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음악 시장과 글로벌 시장이 통합된 다양한 모습의 ‘K’가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케이팝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문화 전유나 블랙페이스 등의 사례를 짚어보고, 산업 차원의 한류 담론을 넘어 수용국과의 진정한 교류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전유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문화적 요소를 가져와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블랙페이스는 과거 흑인 배역을 백인 배우가 대신 연기하는 것을 일컬었던 말로,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이날 포럼은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이성민 교수는 제1부 ‘한류와 문화다양성의 포괄적 이해’를 주제로 한류의 관점에서 문화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를 콘텐츠 기업 경영, 국내 문화산업 기반, 글로벌 팬덤과 수용자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했다.

인권경영 차원에서 책임 있는 D&I(다양성과 포용성) 역량의 중요성, 산업 위축에 따른 창작/향유의 획일화 우려 탈피, 주류 사회와의 문화적 충돌, 문화 감수성 부족에 따른 위협요인을 넘어서야 한다고 봤다. 무엇보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다양성’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면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다양성’의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위기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반한류 현상과 글로벌 팬덤이 품은 문화다양성에 대한 기대를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팝은 세계적 문화"

제2부 ‘한류 수용성 진단 : 장르와 현장을 중심으로’에서는 총 세 개 발표가 이어졌다. 첫 발표를 맡은 김윤하 대중문화평론가는 아티스트, 팬덤, 콘텐츠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케이팝 속 문화다양성을 진단했다. 다국적 팬덤과 아티스트(교포에서 해외 멤버로), 팬덤의 정서 변화, 문화전유 사례를 언급하면서 향후 케이팝에서 ‘K’를 제거하는 일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4~5세대 인기 그룹 중심으로 케이팝 소비 국가가 다양화된 현 시점에서 ‘케이팝은 세계적인 문화’라는 지구촌 인식이 더욱 힘을 얻어야 한다고 보았다.

2부 두 번째 발표자 이경진 스마일게이트 D&I 실장은 자사 D&I실 설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문화다양성에 대한 당위를 밝혔다. 이 실장은 게임을 ”다양한 정체성을 탐색하고 상호작용하는 시공간”이라고 설명하면서 창작자의 인적다양성 확보를 통한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네 가지 측면에서 조명했다. 타 문화권의 관습·제도.규범에 대한 사전 검토와 현실의 편견, 고정관념을 고착화하지 않는 내러티브의 설정, 다양한 인간/삶의 모습을 반영하는 캐릭터 설정, 끼워넣기 식이 아닌 사용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스토리가 그에 해당한다. 나아가 장애 특성을 반영한 직무를 신설해 콘텐츠 접근성을 개선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창작자에 대한 포용 향상 노력이 이용 다양성 증대로 직결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영상.자막 분야의 문화다양성 논의도 이어졌다. 2부 마지막 발표를 맡은 장민진 아이유노 법인장은 ‘현지화와 문화다양성의 지향점’이라는 발제를 통해 콘텐츠의 정통성,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수용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현지화’ 과정의 핵심이라 설명했다. 또한 OTT의 등장으로 언어, 문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시청 환경이 대두됐다면서 배리어프리 및 더빙 서비스의 확대에 따라 해외 콘텐츠로의 접근성이 높아짐을 언급했다. 무엇보다 영상콘텐츠의 현지화 과정에서 언어, 문화적 차이와 장애가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쇼 가이드와 크리에이티브 레터’, ‘피벗랭귀지와 주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자는 원작의 갈등 요소와 이를 풀어내는 문화적 장치, 인물의 성격, 특징에 대한 별도의 해설을 뜻하며, 후자는 대사로 번역 시 사전적 의미가 아닌 로컬 언어 습관.문화가 반영된 함의를 풀이한 주석을 더해 다국어 번역에서 뉘앙스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종합토론에서는 국내외 콘텐츠 산업의 지형 변화 속 한류 정책의 지향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갑작스럽게 고려해야 할 문화다양성의 영역과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부 방안으로 콘텐츠별 다양성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라인, 창작자 해외 진출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 문화권·지역별 사례집 제작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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