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통상적인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철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건설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유통시장에 쌓인 철근 재고 물량이 기준 가격보다 저가에 거래되는 탓이다. 이에 부담이 커진 철강업계는 생산량 조정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철근 유통가 1년 새 24% 하락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철근(SD400 강종) 유통가 도매거래가격은 t당 77만2000원 선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101만9000원과 비교해 24.2% 하락한 수치다.
3~6월은 전통적인 건설 성수기로 현장 건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시기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현장에서 많은 작업량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수기에 되려 철근 가격이 하락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요 자체가 부진한 탓이다. 게다가 유통업체들이 쌓아둔 철근 재고 물량을 싼 값에 거래하면서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화됐다. 정부 주선으로 산정된 이달 철근(SD400 강종) 기준 가격은 t당 93만1000원이지만, 유통시장에서 이보다 싸게 거래돼 가격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짜투리 철근 축소·생산량 조정 나서
이에 철강업계는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하고, 가공 로스율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현대제철은 철근 생산공장 비가동 일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인천공장 105일, 당진공장 100일, 포항공장 12일을 비가동하는 것 외에 이달 내 인천공장 9일, 당진공장 4일을 포함해 총 13일을 추가 비가동하기로 했다. 오는 5월과 6월에는 당진공장을 각각 5일씩 비가동할 예정이다.
또 현대제철은 최근 로스율을 기존 3%에서 1.5%로 줄였다. 잔여 철근을 최소화하는 대신 가공업체에 지급하는 가공 단가를 1만원 인상하는 방식으로 보존해준다는 방침이다. 로스율이란 철근 절단 등 가공 후 남는 짜투리 철근의 양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동국제강은 유통시장의 직선 철근 재고를 코일철근으로 현물 교환해주는 '바터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코일철근의 경우 직선 철근에 비해 가공 효율이 좋고 적재가 쉽다. 그만큼 코일 철근에 대한 가공업체의 선호도가 높아, 직선 철근처럼 저가에 판매할 위험이 적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기존 3% 로스율을 1.5%로 낮춰 적용하고, 월말 비가동 조치 등을 통해 평시 대비 35% 수준의 생산 감축에 나설 예정이다.
당분간 철근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 수주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인허가 연면적은 2075만㎡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드는 등 감소세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정리 작업이 본격화되면 철근 시장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며 "마른 수건을 짜는 느낌으로 최대한의 원가 절감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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