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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몰래 보내 "北 미사일 대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5 09:55

수정 2024.04.25 11:16

美 백악관, 지난주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보냈다고 뒤늦게 밝혀
러시아가 北 미사일 사용하자 이에 대응 차원
미군 예산 아낀 돈으로 보내...우크라군은 이미 사용
美 의회 예산안 통과로 추가 미사일 지원 예정
지난 2022년 5월 주한미군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를 향해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을 발사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022년 5월 주한미군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동해를 향해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을 발사하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예산이 없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지 못했던 미국이 신형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에 공급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미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예산을 아껴 미사일을 보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장거리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미 일부를 우크라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탄도 미사일을 조달하고 우크라에 사용했다"며 이번 미사일 공급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에이태큼스 일부가 이미 지난주에 우크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은 "이제 추가적인 권한과 예산을 확보한 만큼 우리는 더 보낼 것"이라면서도 "작전상 이유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사거리가 160km의 구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에 지원했다. 바이든 정부는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할 경우 우크라가 이를 러시아 본토에 사용해 확전을 유도할까 걱정했다. 우크라에 지난주 도착한 신형은 사거리가 300km에 달하며 크름반도는 물론 우크라 남부와 동부, 러시아 공군 및 지상군 집결지와 보급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설리번은 장거리 미사일 공급이 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러시아가 다른 나라, 특히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받고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우크라 민간인을 공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은 그동안 미국이 "준비 태세 문제로 에이태큼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라면서 "그러나 막후에서 정부는 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는 이제 상당수의 에이태큼스를 생산하고 보유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가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크라 정부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포함해 미국의 (무기) 시스템을 자국의 영토 내에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우리는 장기간에 걸쳐 이를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고 이번에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포탄 및 미사일을 공급하는 대신 위성 기술 등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 안보국은 지난 2월 발표에서 파편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군이 20기가 넘는 북한산 ‘화성-11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 민간인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군은 이미 지난주 도착한 에이태큼스를 러시아군을 향해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군은 지난 22일 신형 에이태큼스로 아조우해 연안 항구도시 베르단스크를 공격했다. 다음날에는 크름반도의 드잔코이의 군사 공항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은 미국이 비밀리에 에이태큼스를 공급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공급 사실을 알고 무기 등 전략 자산을 사거리 밖으로 빼지 못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미사일 공급은 미군 예산을 아낀 돈으로 이뤄졌다. 개전 이후 꾸준히 우크라에 무기를 보냈던 바이든 정부는 예산이 고갈되자 지난해 10월부터 미 의회에 추가 예산을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크라 지원 예산은 지난해 말부터 고갈되었다.


지난달 설리번은 바이든 정부가 방산업체와 거래에서 유리한 협상으로 지출을 줄였다며 우크라에 3억달러(약 4130억원)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원된 에이태큼스도 해당 지원안에 포함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미 의회가 608억달러(약 84조원)의 우크라 지원 예산을 승인하면서 에이태큼스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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