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명목에 네이버 합작사 지분 인수 추진
13년간 키워온 라인 경영권 잃을 수도…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연관사업 차질
"개인정보 유출 빌미로 경영권 조정은 과도한 개입"
[서울=뉴시스] 오동현 윤정민 기자 =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라인은 생존이란 절박함 속에 태어난 서비스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A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가 지난 2016년 라인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밝혔던 소감이다.
그랬던 네이버가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소프트뱅크가 지분 인수 추진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현실화 될 경우 네이버가 지난 13년간 세계적인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을 사실상 일본에 빼앗기게 된다.
특히 네이버가 웹툰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라인 메신저를 잃게 되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2억명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라인뱅크 등 다양한 연관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5일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후 라인야후 중간 지주사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A홀딩스 산하의 Z홀딩스 자회사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라인야후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을 높이라는 얘기인데, 이는 곧 라인 경영권 인수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 라인 서비스를 출시해 세계적인 메신저로 성장시켰다. 현재 일본 내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 명에 이르는 등 라인은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의 라인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 정치권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라인야후의 정보관리 문제를 경제안보상의 리스크로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반영하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 및 콘텐츠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양국 정부 및 관련 기업 간의 협력과 대응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이번 라인 지분 매각 압박을 두고 "페이스북이 예전에 개인정보 유출됐을 때 이런 이슈가 없었는데 네이버가 그만큼 큰 피해를 발생시킨 것도 아니고 일부 혐의점이 있다 해서 시장 지배력 관련 부분을 관여하는 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교 문제가 번져서는 안 되지만 정부가 우려를 표현해야 될 것은 맞다"면서도 "총무성이 나서서 경영권 조정을 요구한 건 과도한 개입이다. 네이버가 나중에 라인을 정리하는 건 네이버의 선택이니까 존중하되, 지금처럼 반강제적인 규제는 막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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