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HBM·낸드 쌍끌이… SK하이닉스 영업익 3조 육박 '서프라이즈' ['히든카드'로 불황 넘는 기업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5 18:49

수정 2024.04.25 18:49

관련종목▶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급증
AI서버용 HBM 수익성 개선 속
애물단지였던 낸드도 흑자 전환
영업익 전분기보다 734% 뛰어
매출도 12조4천억 '사상 최대'
HBM·낸드 쌍끌이… SK하이닉스 영업익 3조 육박 '서프라이즈' ['히든카드'로 불황 넘는 기업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태원 회장 SNS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태원 회장 SNS 캡처
SK하이닉스가 올해 1·4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메모리의 봄'을 확인했다. 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2·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인공지능(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수익성 개선을 이끈 가운데 애물단지였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흑자로 돌아섰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장기불황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업턴(상승국면)에 진입하며 SK하이닉스의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라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갖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HBM·낸드 실적 '쌍끌이'

SK하이닉스는 25일 올해 1·4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1·4분기 기준 메모리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1·4분기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34%나 급증했다. 매출도 전년동기보다 144.3% 증가하며 1·4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순이익도 1조9170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주력인 HBM과 낸드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1·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보다 20% 이상 상승했고 낸드 가격 역시 30% 이상 올랐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HBM3(HBM 4세대)를 납품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부터 24GB HBM3E(HBM 5세대) 8단(H) 제품을 납품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앞세워 2·4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낸드 재고가 모두 축소되는 등 전방산업 수요 강세도 실적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4분기 말 재고자산은 13조84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조3380억원(19.4%) 감소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레거시(성숙) 제품 재고소진 속도가 가속화돼 메모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낸드 사업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 비중이 늘고 판매단가가 크게 뛰었다. 올 1·4분기 9000억원대의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도 대부분 낸드 사업에서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eSSD 수요 확대로 낸드 사업이 2·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우현 재무담당(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되며 2024년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3E 12단 내년 엔비디아 공급

SK하이닉스의 올해 D램 사업 구상은 HBM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반년 전과 비교해봐도 AI 시장 성장세와 HBM 수요가 더 가파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차세대 HBM 개발·양산에 속도를 내는 한편, HBM 생산능력을 대폭 키워 수요 증가에 대비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에 이어 12단 제품을 올해 3·4분기 개발한 후 내년 엔비디아 등 고객사 인증을 거쳐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HBM3E 제품의 램프업(생산량 확대)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 HBM3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율(양품 비율)을 끌어올린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아울러 10나노미터(1㎚=10억분의1m) 5세대(1b) 기반 32Gb 더블데이터레이트5 제품도 연내 출시해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영향력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20조원 규모의 충북 청주 M15X 팹(공장)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 △12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HBM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를 이어간다. 올해 계획한 연간 투자 규모도 연초보다 늘리기로 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 AI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추가 수요 등으로 HBM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2024년 이후 HBM 시장은 여전히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매개변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동맹을 맺고 있는 만큼 HBM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준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