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이후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만약 시행되면 4인 가족 기준을 기준으로 하면 1가구 당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이 각 가정에 지급되는 것이다. 이 여윳돈이 소비로 이어져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찬성 측의 입장이다. 반대 측은 취약 계층에게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가 자극의 우려가 크고, 지원금 대부분이 이자비용을 갚는데 쓰이면서 국가재정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1인당 25만원 지급을 위해서는 추경 편성을 통해 약 13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파이낸셜뉴스는 28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제 전문가인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등과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안철수 의원은 "13조원 재원 편성이 불가능은 아니지만 법률상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빈곤·약자층을 위한 세밀한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의원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면 경제가 순환되게 된다"며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상공인들에게 쓰게 돼 있어 민생경제를 당장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의 현금 지급의 '반짝 효과'보다 인플레이션, 국가채무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이 장기간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2년 사이 장바구니 물가가 25% 가까이 올랐는데, 민생 최우선 과제가 물가안정이라고 할 때 당연히 13조원이나 되는 현금을 살포하는 경우 인플레 자극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진 KDI 교수는 "내수 부양효과가 일부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효과는 잠깐이고 이자율 상승, 국민의 현금살포 기대, 국가채무 증가 등 그 부작용은 오래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민생회복지원금의 물가 영향은.
△안철수 의원=만약 4인 가족 기준 최대 100만 원 현금 지급이 실현된다면 국가재정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고물가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차등적으로 적재적소에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취약계층에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재정만 풀어 선별 지원하는 것이 맞다.
△서영교 의원=물가 상승이 소비 과열 때문이라면, 당연히 돈을 풀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그런데 지금 물가가 오른 것은 유가, 환율 등 대외변수로 인한 것이다.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비가 위축된 ‘불황형 인플레이션’이다. 이를 벗어나려면 침체된 소비를 살려낼 경제 마중물이 필요하고, 이는 건강한 경제로 선순환 돼 물가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진 교수=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3%대다. 그 배경은 농산물 가격상승이다. 민생지원금은 농산물 수요를 확대할텐데 그렇게 되면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된다. 농산물 가격상승을 막으려면 수입확대를 해야 하지만 농민단체의 반대 등 난관이 있다.
─13조원의 재원 조달, 문제는 없나.
△박진=올 예산의 약 54%는 의무지출로서 다른 지출을 줄일 여지가 별로 없어 결국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팬데믹 대응 영향으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는 약 102조원으로서 올해보다 16조원이나 더 많다. 이러한 적자구조에서의 추가적인 국채발행은 이자율을 높이게 되어 결국 민간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박정수 교수=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물가가 상승하고 적자가 누적되어 재정이 불안정해지면 당장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비기축통화국 평균(37.9~38.7%)보다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4%는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 그래도 환율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여력(fiscal space)을 훼손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내수 진작 효과는.
△서영교=민생회복지원금으로 지급되는 지역화폐의 사용 기한을 6개월 정도로 하고,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적인 정책이다. 또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이자비용으로 사용이 어려울 것이다. 평소에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를 민생회복지원금으로 대체하고 이자비용은 아낀 생활비에서 지출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안철수=코로나 재난지원금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KDI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재난지원금의 소비증대 효과가 0.26 ~ 0.36배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25만 원을 받는다면 소비로 이어지는 지출이 6만원에서 9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현재 서민 자영업자들에게는 코로나 사태 때 받았던 지원금 대출 상환 시기가 돌아오고 있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박정수=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의 경우를 분석해보면 지금 주장하는 전국민 1인당 25만원 살포의 내수 부양효과는 미미할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이 국가채무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빚 부담이 늘고 있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관리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부실로 이어지고 국가채무도 통제가 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경제 살리기 위한 효과적 재정 정책 방향은.
△안철수=재정을 쓰더라도 물가안정이란 단기 정책목표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부유층에게까지 같은 액수를 나누어주기보다 어려운 계층을 집중적으로 도와야 한다. 주안점을 ‘소비 진작’이 아니라 ‘취약 계층’에 둬야 한다. 사회 취약층, 저소득층에 맞춰 고소득층에 지원될 수 있는 자금을 몰아줘야 할 것이다. 유동성이 풀리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하면 그만큼 재정 건전성은 악화한다.
△박진=지금은 단기적인 경제위기 상황이라기 보다는 농산물 등 생필품 가격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부각되는 국면이다. 농산물 수입확대 등 가격안정화 노력과 함께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단기적인 복지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박정수=경제성장을 위해서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교육,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지원, 서비스업 선진화 등에 집중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덜어낼 부분은 과감히 들어내는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전민경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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