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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재산 나눠주던 '유류분' 제도 47년만에 바뀐다[법조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8 16:10

수정 2024.04.28 16:10

[촬영 권지현]
[촬영 권지현]

[파이낸셜뉴스] 망인이 원하지 않아도 남은 가족에게 유산 상속분을 법으로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형제·자매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받도록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를 단순위헌 결정을, 망자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법정상속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1 내지 3호의 경우 헌법불합치 결정을, 유류분 산정에 있어 기여분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강제 유산 배분 제도...47년만에 '위헌'
유류분 제도란 망자의 재산에 대해 유족이 민법으로 일정 비율의 상속권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을 말한다. 망인이 유언으로 특정 유족에게만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더라도, 재산을 못받은 유족이 이 법을 근거로 소송을 걸어 재산을 받아낼 수 있었다.

유류분 제도는 장남에게 유산을 몰아 주던 관습에 따라 다른 형제들이 상속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함을 막기 위해 1977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수십년이 흘러 핵가족화가 진행되자 유류분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오히려 여러 차례 제기됐다. 부모와 담을 쌓고 지낸 패륜아가 사망 소식을 듣고 갑자기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거나, 인연을 끊고 지내던 부모가 자식 사망소식을 듣고 불쑥 나타나 상속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에 대한 헌법 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헌재는 지난 2013년까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이번에 시대 흐름을 반영한 셈이다.

형제·자매라도 강제 상속 못 받는다
우선 헌재 결정으로 피상속인(망인)의 형제나 자매이더라도 유산을 강제로 받을 권리는 즉시 사라졌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 유류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위헌결정된 이상 이 조문의 효력은 상실됐다. 이제 형제·자매는 유산을 못 받게 되더라도 자신의 유류분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시대 변화를 헌재가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족단위가 대가족체계에서 핵가족체계로 변화되고, 재산형성 과정에 형제자매의 기여가 현실적으로 거의 없는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패륜아, 자식 방치 부모...2026년부터 권한 사라져
헌재는 민법 제1112조 제1~3호, 민법 1118조 부분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 소지가 있어 일정 기간 이후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민법 제1112조 제1~3호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 대한 유류분을 명시하고 있다. 망자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유류분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헌재가 유류분권을 상실케 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추후에는 패륜 등의 행위를 한 상속인은 유류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민법 1118조는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분'을 다룬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는 유산을 받을 때 기여분에 대해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기여분이란 간병 등으로 가족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증가에 기여한 행위 등을 뜻한다.
다만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민법 제1112조 제1~3호, 민법 1118조는 현재까지는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헌재는 민법 제1112조 제1~3호, 민법 1118조에 대해 국회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입법불비를 해소하라고 명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는 패륜아 혹은 자식을 방치한 부모 등은 유산을 강제로 받을 권리가 소멸하게 된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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