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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계속되는 고물가, 냉랭한 현장 경기 직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8 18:08

수정 2024.04.28 18:08

외식비 가파른 인상, 업체는 줄폐업
성장률 전망 올려도 안도할 때 아냐
28일 서울의 한 치킨 등 판매 식당 입간판 모습. /사진=뉴시스
28일 서울의 한 치킨 등 판매 식당 입간판 모습. /사진=뉴시스
성장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계속된 고물가 고통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외식업체,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서민들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품목 8개 서울 지역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7% 넘게 상승했다. 냉면이 한 그릇에 1만1462원, 김밥 한 줄 3323원, 비빔밥 한 그릇은 1만769원이 평균값이라고 한다.

업계 동향을 보면 이달 가격을 올렸거나 다음달 예정된 기업이 줄을 섰다.
외식비, 식료품비 상승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밥,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곳곳에서 이달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바르다김선생, 굽네, 파파이스, KFC 등이 해당된다. 다음달엔 맥도날드, 피자헛 등이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외식업체뿐만 아니다. 롯데, 동원, CJ 등 식품업체도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물가를 자극할 대내외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총선으로 손대지 못했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5월, 전기료는 6월 잇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버스·지하철 요금도 마찬가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정세는 연일 유가를 요동치게 한다. 미국 달러로 돈이 몰리면서 원화는 연일 약세다.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치솟고 국내 전체 비용이 함께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일각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파고에 현장 경기도 냉랭하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폐업률은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폐업비율이 전체 기업의 20%가 넘어 5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과 비교해 82%나 급증했다.

이런 엄혹한 경제현실은 지난주 나온 1·4분기 깜짝 성장률 기록과 배치된다. 한국은행은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바닥까지 내려갔던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정부의 예산이 조기 집행된 효과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국내외 투자기관들은 올해 수출회복을 낙관하며 연간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정부도 2%대 후반까지 상향 조정 여지를 두고 있다.

깜짝 반등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냉랭한 경기현실을 덮을 순 없다. 영세업체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눈덩이로 불어났고, 이들 업체의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이후 최대다. 줄줄이 회사 문을 닫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비상경영 선언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업계는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경영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 법인세가 덜 걷혀 정부는 세수펑크를 걱정해야 한다.

이럴수록 경제주체들이 원칙을 다잡는 수밖에 없다. 물가를 자극할 선심정책들은 폐기하고 과감히 경제체질 개선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총선 때 쏟아진 무책임한 현금성 공약은 이참에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야당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기를 살리고 가계 소비력을 키울 수 있는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책도 적극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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