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서 협치로' 국면전환 의지
尹 국정운영 다시 힘받을 듯
李 차기 대선주자 입지 다져
회담 결과 놓고는 해석 엇갈려
與 "대화 복원" 野 "변화 없어"
尹 국정운영 다시 힘받을 듯
李 차기 대선주자 입지 다져
회담 결과 놓고는 해석 엇갈려
與 "대화 복원" 野 "변화 없어"
여당의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국정쇄신과 정국 반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향후 야당과 협치를 적극적으로 꾀할 경우 남은 3년의 임기를 '야당의 반대는 발목 잡기'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등한 관계라는 그림을 그려내는 한편, 자신의 사법리스크도 완화시킬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192석의 범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양상이다.
■"양측 다 잃을 것은 없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첫 회동을 성사시키면서 두 사람 모두 치열한 대립국면을 협치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을 거듭하던 여야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일단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측 모두 잃을 것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특검 등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만 띄워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간 국회 안에서 간접적으로만 전하던 일방 메시지를 직접 전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 역시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야당과 소통했다는 것만으로도 국정운영을 쇄신한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돌파구로 삼아 야당에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거대야당'의 입법독주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
여야는 저마다 자신들의 리더가 중대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놨다.
■尹, 이미지 쇄신…李, 정치자산 확보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이다. 최 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은 입법권은 없고, 행정권·예산권·인사권만 가지고 있는 반쪽 대통령이라는 현실이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적했던 독선과 오만, 불통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됐다"고 내다봤다.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최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와의 협치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40~50%대로 끌어올리면 여소야대 정국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자신의 '국민 대표성'을 부각했다. 국회의 한 축인 야당의 대표로서 정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총선에서 대승했음에도 마음이 절박한 윤 대통령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평론가도 "이제는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서 가지 않아도 되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법리스크를 완화했다는 긍정적 효과도 누리게 됐다. 최 평론가는 "2년간 자신을 사법리스크로 공세해온 윤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자신이 입법권을 가진 대등한 한 축이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영수회담 이후에도 정국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승기를 잡은 야당은 입법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쥐고 흔들 것이고, 정부·여당이 야당 요구 특검을 모두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다. 박 평론가는 "22대 총선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달라질 게 없다. 갈등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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