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존엄한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소원이다.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세가지를 공통적으로 추천한다. 첫째, 가능한 한 걸어다녀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같이 보여도 뇌가 쉬지 않고 반응을 한다고 한다. 길을 선택하고,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하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압축적으로 표현해서 쉬지 말고 걸으라고 권고한 것이고 근육연금을 적립하는 등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행복수명을 구성하는 요소 중 첫 번째가 건강수명이다.
둘째는 정신노동을 해야 한다. 특히 인지장애에 걸리지 않으려면 책을 쓸 정도의 강한 정신노동을 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인구는 최하위권이다.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60%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책을 저술해 보라는 주문은 미션임파서블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정신노동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일상을 담은 시와 일기, 자서전 쓰기 등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악기를 만지거나 작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정신노동이다. 돌아가신 부모의 삶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거나, 결혼을 앞둔 자녀를 위한 축가를 만드는 등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와 내 주변의 인생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행복수명 중에 두 번째 활동수명을 키우라는 얘기다.
셋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력·사회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집 안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인지장애에 걸릴 수 있으나 드라마클럽을 만들어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토론하고 주인공으로 빙의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관계수명이 좋아야 행복수명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북유럽에서 세대공존주택을 만들어 일주일에 몇 회는 공동체에서 섞여 식사하도록 하는 것은 관계가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관계가 직장과 회사, 즉 일과 엮여서 형성된 구시대의 남성들은 퇴직 후 관계를 급속하게 잃어버린다. 행복수명 중에 경제수명이 약해지면서 오는 현상이다. 그래서 하루 세끼 집에서 밥을 먹는 삼식이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젖은 낙엽증후군'이라고 한다. 부인한테 모든 것을 의존한다. 직장에서 은퇴자를 상대로 한 전직교육을 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양성평등이다. 돈을 벌 때는 가장이었지만 은퇴한 후에 대접받으려면 달라져야 하고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
'젖은 낙엽'이 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은 사회력'은 아니다. 당장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마음이 공허해지기 때문이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만날 때마다 다투고 헤어지는 인간관계는 건전한 사회력이 아니다. '해로운 사회력'은 건강도 해친다. "나이 들어서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즐거움을 주고 자유도 느끼게 해주는 인생의 도반 같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이영미 작가)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이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너무 일찍 고독력을 키우려고 하면 자칫 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걸릴 수 있다. 좋은 사회력을 유지하면서 인생의 후반부에는 고독력을 키우는 지혜와 균형이 필요하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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