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대병원 필수의료학과 교수 4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1일 전격 사직했다.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이끌던 방재승·김준성·배우경·한정호 교수 등 4명의 지도부는 예약돼 있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채 1일자로 소속돼 있던 분당서울대병원을 떠났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경우 이날 이후 예약돼 있는 외래 환자만 1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를 수 없다"…교수 집단사직 신호탄 되나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날 ‘실질적 사직’을 예고한 방 교수를 비롯해 비대위 수뇌부였던 김준성·배우경·한정호 교수 등 4명은 인사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예약돼 있던 모든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고, 병원을 떠나는 것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방 교수는 "예약됐던 환자가 1900명"이라며 "부원장도 붙잡았으나, 환자를 타 교수 진료로 돌리거나 정리했다"고 언급했다. 또 "그만둔다고 해 뭐가 바뀔 수 있나 싶고, 환자한테나 진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돼 고민은 많다"면서도 "무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의료계는 이를 교수 집단사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 없이 대치국면이 장기화하면 의료 현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교수들마저 병원을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인 최창민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난달 26일 병원을 떠났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직의 변을 밝힌 같은 병원의 최세훈 흉부외과 교수는 오는 10일부터 병가에 들어간 뒤 사직할 생각이다.
"더 이상 못 버텨"…대학병원도 줄줄이 휴진
김석원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5월) 10일부터는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면서 "밥그릇 문제가 아닌 미래 우리나라 의료를 향한 의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의료원·경상대병원 일부 교수들은 격무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한계로 지난달 30일 휴진을 택했다.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연관된 8개 병원에서 축소된 외래진료량이 최소 2.5%에서 최대 35% 수준이었다.
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충북대병원·전남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3일 교수 자율에 따라 휴진한다. 실제 휴진에 동참할 교수 규모가 유동적이지만 환자들은 진료가 취소되거나 미뤄질까, 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편, 의대 증원분을 대학이 최대 절반까지 줄여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던 정부는 전날까지 취합된 각 대학 모집 인원을 이날 발표한다. 모두 더하면 1550명 안팎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정부의 '2000명' 증원분에는 400여명 못 미쳤다.
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을 통해 "5월 중순 이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 정부는 모집 정원 확정이 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야 이뤄질 예정인 데다 이달 말 모집 요강 발표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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