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2일 방송된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홈캠에 녹음된 남편의 은밀한 대화를 불륜 증거로 제출했다가 역고소 당했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2009년 결혼한 A씨는 해외 유학을 가 남편이 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프리랜서로 일하며 뒷바라지를 했다.
이에 두 사람은 뒤늦게 시험관 시술을 진행, 어렵게 쌍둥이를 얻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벽 늦게까지 연락이 되지 않거나, 같이 있으면 짜증을 내는 등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A씨는 거실에 설치했던 홈캠을 확인하다 남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이 녹음된 것을 알게 됐다.
대화 내용에는 '어제 우리 사랑을 과격하게 해서'라는 등 은밀한 내용도 있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이 내용을 녹음해 여동생에게 보냈고, 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성을 만났지만 그는 불륜을 부인했다.
이에 A씨는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오히려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을 문제 삼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A씨를 역고소했다.
A씨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억울하다. 제가 대체 뭘 잘못했나"라며 "홈캠에 녹음된 걸 듣는 것도 불법인가"라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는 홈캠에 녹음된 내용을 듣는 것은 '불법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연지 변호사는 홈캠 관련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대법원은 이미 대화가 끝난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까지 처벌하게 되면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거라고 봤다"며 "홈캠을 설치할 때 남편의 동의를 받았고,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음되는 방식의 장치였으며, 실시간으로 대화를 엿들은 게 아닌 이상 타인의 대화를 청취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녹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화 내용을 여동생에게 보낸 점에 대해서도 "이 행위 자체가 불법 녹음이라든가 불법 청취에 해당하지 않고 그 녹음물을 다른 사람 제3자에게 보낸 부분까지도 일단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 수집 시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 온 일에 대해 '자동차수색죄'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기 전 법률상 배우자로서 남편의 차를 열어보는 것을 강조하여 무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휴대폰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은 유죄가 된다"고 당부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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