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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종목 지정 안 돼”···신사업 만들어 허위계상한 반도체 회사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3 06:00

수정 2024.05.03 10:37

금감원, ‘2023년 심사·감리 지적사례’ 공개
총 14건...매출·매출원가 유형이 6건로 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반도체 설계·제조업체 A사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관리종목 지정까지 한 번의 기회가 남겨두고 있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A사는 실적 ‘뻥튀기’를 목적으로 중고폰 사업부를 신설했다. 무자료 업체가 매입해 수출한 중고폰 실물 흐름을 외관상 회가 거래인 것처럼 계약서, 세금계산서, 수출신고필증 등 구색을 갖춰 장부상 매출 등을 계상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공의 자금흐름을 만들어 감사인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이처럼 지난해 불법 행위를 통해 저지른 회계부정 사례를 공개했다.
기업과 회계법인(감사인)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을 돕기 위함이다.

3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심사·감리 지적사례’에 따르면 총 지적 건수는 14건으로 집계됐다. 매출·매출원가 유형이 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자산(파생상품 등)·부채(4건), 재고 및 유·무형자산(2건), 주석미기재 등(2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22년 4건이었던 투자주식 유형은 이번에 0건이었다.

금감원은 A사 사례에 대해 감사인이 평가 체계를 갖추고 기업 주장의 일관성이나 신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을 앞둔 상황에서 주력 사업과 무관한 사업을 개시한 경우 감사인은 신사업 성격과 개시 경위 등을 확인하고 감사절차 설계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사수익 및 공사미수금을 과대계상한 대표 사례도 공유됐다. 이중 보온관 제조·설입공사업체 B사는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으나 적자규모 확대, 매출 감소 등 사유로 이에 실패하면서 공사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 도급금액을 임의로 부풀려 수익을 인식했다.

그 결과 거래처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공사미수금이 누적됐다. 이후 감사인이 해당 미수금이 실존하는지 묻자 일시에 대손처리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인은 수익 인식 등에 대한 중요한 왜곡표시 위험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실증절차를 계획·수행해야 한다”며 “계속감사를 수행할 때 전기 이전 회사 주장의 일관성과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충분한 감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생상품 등을 허위 계상한 C사 사례도 있었다. 모회사인 C그룹은 C사 유상증자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인 D사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 페이퍼컴퍼니인 E사가 이를 담보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인수하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E사가 받은 대출금액이 CB 발행가액을 밑돌자 C사는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 및 CB 일부를 매수하는 허위 계약을 맺고 E사에 부족한 자금을 지원했다.
C사는 실제 자산성이 없는 파생상품을 계상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서상 중요사항이 누락됐거나 평가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 추가 서류를 확인하거나 회사에 소명을 요청하는 등 보다 강화된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기업 및 감사인에게 이 같은 주요 지적사례를 배포할 예정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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