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 사회 바뀔 것" '딸 출산' 韓 레즈비언 부부 근황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3 05:40

수정 2024.05.03 13:12

(왼쪽부터) 김세연씨, 김규진씨 부부 사진=코스모폴리탄 홈페이지
(왼쪽부터) 김세연씨, 김규진씨 부부 사진=코스모폴리탄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아기를 출산해 화제를 모았던 레즈비언 부부가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공개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난달 30일 김규진(32)·김세연(35)씨 동성 커플 인터뷰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됐다. 규진씨는 지난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해 8월 딸 '라니'(태명)가 태어났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과 출산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이에 대해 규진씨는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거나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이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성혼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만 봐도 이미 2030은 과반이 찬성"이라며 "아시아에서 대만에 이어 태국이 동성혼을 법제화 했는데 변화는 곧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세연씨는 "법제화를 한다고 없었던 동성 커플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동거 내지는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던 이들이 법적인 가족이 된다"며 "하루라도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 '혈연'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연씨는 "서로 사랑하고,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라며 "거창할 거 없다"고 말했다.

규진씨도 "민법상 가족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라며 "그런데 후자의 경우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만'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함께 지내는 게 가족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혈연만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고, 와이프가 말한 것처럼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 사람은 당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지만, 규진씨가 성 소수자에 개방적인 프랑스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임신을 결심했다고 한다.

규진씨는 "원래는 저도 와이프도 아이 생각이 없었다. 와이프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저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면서도 "마침 제가 프랑스로 파견을 갔다. 정자 기증 센터와 접근성이 좋아지니 시작하기 용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 본사에 출근한 첫날, 이성애자 여성인 상사가 '가족들은 어디에 있냐'라기에 제가 '와이프는 한국에 있다'고 했는데, '애는 가질 거지?'라고 말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출산 후 겪었던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맘카페에 악플이 달릴 때, 결혼 소식에 악플이 달렸을 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는 지적에 규진씨는 "맘카페 뿐 아니다. 출신 학교를 밝혔는데 모교 커뮤니티에도 올라오고, 와이프가 의사인 걸 밝혔는데 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라온다"며 "자기와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얼굴과 실명이 밝혀진 사람인데도 욕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번은 맘카페의 악성 게시글에 '저도 엄마여서 여기에 있다'라고 댓글을 단 적이 있다. 그랬더니 너무 죄송하다고 지우시더라"며 "그들이 저희를 실제로 만나면 절대 그런 말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젠더 교육은 어떻게 시킬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규진씨는 "(라니가) 어떻게 자라든 전형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벨기에 클리닉에서 '주변에 매일 보는 남성이 없을 텐데 그런 점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담사는 필터링으로 걸러진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의 장점과 단점, 여러 면을 다 보여줘야 아이가 다양한 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세연씨 역시 "우리가 엄선해서 어른들을 보여준다면, 그건 현실이 아니다"고 공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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