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무차별 입법 폭주 巨野, 민심 역풍 두려워 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3 14:27

수정 2024.05.03 14:27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어렵게 성사됐던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동 이후 협치의 기대감이 싹텄으나 며칠을 못 가 여야 관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채 상병 특검법 통과 후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인데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전국민적인 도전"이라며 맞섰다. 홍 원내대표는 "오만한 권력이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으로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대화와 타협은 낄 틈이 없는 우리 정치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비상한 시국에 언제까지 정쟁에만 매달릴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사망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추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내용이다. 사망 원인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밝히는 것이 골자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재 수사중인 내용과 다르지 않다. 특검법은 수사가 끝난 뒤 미진하다는 국민적 판단이 설 때 추진되는 것이 순리다. 이를 무력화한 야당은 실체 규명보다 정치 공세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법안은 무리한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한 특검 추천 방식은 편향적인 수사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검이나 특검보가 수사 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검 수사 대상엔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등이 포함된다. 정치권에선 특검법 칼끝이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본다. 돌아보면 이 지경까지 올 사안은 결코 아니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제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거야의 입법 폭주가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 여러 무리한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그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보면 22대 국회에선 지금보다 더할 것이 뻔하다. 4·10 총선 승리를 야당에 대한 열렬한 지지의 결과로 받아들인다면 오산이다.
계속 이대로라면 거대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2%대 저성장, 치솟는 물가, 세계 최저 출산율 등 국회가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다.
서로 끌어내리기 싸움보다 손잡고 난제를 해결할 정치 복원이 시급하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