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원 전담팀 만든다지만…'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4 06:00

수정 2024.05.04 06:00

정부가 지난 2일 대책 발표
민원전담팀 신설 등 대책 나와
공무원 노조 "인력 안 그래도 없는데"
전문가 "최고 대우 해줘도 할까 말까"
지난 3월 8일 김포시청 본관 정문 일대에는 악성민원에 시달린 끝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 씨(39)를 기리기 위한 근조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사진=뉴스1
지난 3월 8일 김포시청 본관 정문 일대에는 악성민원에 시달린 끝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 씨(39)를 기리기 위한 근조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민원 공무원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민원인의 폭언을 막을 정부 대책이 나왔다. 공무원들은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속적 위법에 '대책 발표'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민원인이 폭언하면 민원공무원이 전화를 바로 끊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민원인 폭언 시 공무원이 바로 통화 중단 △지나친 온라인 민원 시 시스템 이용 제한 △민원실 방문 권장시간 설정 △민원인과의 통화 시작부터 녹음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기관 차원 고발 △각 기관 악성민원 전담대응팀 신설 등이 담겼다.

이같은 민원 대응 대책이 나온 것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민원인의 성희롱, 협박, 욕설, 등 위법행위 때문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민원인 위법행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7만8767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만5548건 △2020년 2만6086건 △2021년 2만7133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욕설이 6만6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협박 9698건, 주취 소란 4141건 순이다.

이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공무원도 나타났다.

경기 김포시에서는 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달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도로의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았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공유됐다.

■"인력 없는데 누가"
이에 대해선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선 환영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노는 보도자료를 통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정부 대책에는 인력, 예산이라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민원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민원 전담 대응팀을 꾸릴 인력과 예산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데 기존에 있는 인력을 재배치해서 운영하는 게 가능하겠나"라며 "정부가 예산을 풀고 인력을 풀어줘야지 전담팀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경기도와 수도권 같은 곳은 인구가 많아 엄청 바빠 어렵다"고 말했다.

민원전담팀이 기피 대상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처우도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생복지나 교육, 훈련 등이 뒷받침돼야 지속가능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민원전담팀이 작동하려면 최고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최고 대우를 해줘도 공무원들이 할까 말까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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