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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검문 5시간만에 카자흐스탄 입국..진땀이 절로나온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⑫]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0 09:11

수정 2024.05.10 09:11

⑫ 노보시비르스크-국경 넘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길. 날이 흐렸다 비가왔다 오락가락 하다.


중간에 네비게이션이 이상한 길로 안내해서 출렁다리로 강을 건너고 잠시 당황했지만 덕분에 못보던 시골길을 달리게 되어 나쁘지 않았고 곧 다시 메인도로로 수월하게 잘 돌아왔다.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빨라야 이틀길이다. 너무 어두울때 도시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첫째날은 좀 늦게까지 이동을 했다.

9시가 못되서 길 안쪽에 있는 넓은 쉼터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헛, 우리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러시아 아저씨가 다가온다.

100루블을 내라는 말에 나는 거부감이 좀 들었는데 탄은 여기는 울타리도 있고 도로와 떨어져서 차 지나가는 소리도 덜들리고 2000원에 지켜준다는데 땡큐지 하며 선뜻 지불한다.

다른 대형트럭들도 몇대 주차되어있고 재래식이지만 냄새 거의 안나는 변소도 있고 안전에 안심이 되어 잘 왔다 싶었다.

주차장을 지키는 러시아 아저씨. 사진=김태원
주차장을 지키는 러시아 아저씨. 사진=김태원

잘 자고 새벽 6시 다시 이동한다. 하늘은 아직도 흐리다. 구름이 낮고 넓게 깔려있어 하늘에 큰 구름이불이 덮인 것 같다.

숲길도 지나고 케메보로라는 좀 큰 도시도 지나고 부지런히 이동하며 주위 풍경을 만끽한다.

시야 가득 펼쳐진 하늘에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루할 새가 없다.

주행중에는 대형트럭을 많이 만나는데 앞서가는 트럭뒤에 75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자체 제한속도가 75라는거 아니야?" 하고 농담하며 웃었는데 뒤따라 가다보니 정말 75km/h로 달린다.

점심때는 쉼터에 차를 세우고 짜장면을 해먹었다. 탄이 운전만 하고 앉아있기 지겹다며 서서 요리하기를 자청해서 스파게티면에다 스팸과 양파를 추가해서 짜장가루로 맛을 낸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럴듯하다. 맛있게 잘 먹었다.

이케아가 있는 도시.. 연어와 미트볼 잔뜩 기대했는데 '휴업'이네

오후 5시경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러시아에서 몇 안되는 이케아가 있는 도시라고 들어서 이케아 식당에들러 미트볼과 연어샐러드를 먹을 생각에 나는 몇일전부터 들떠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이 막혀있고 뭔가 썰렁하고 싸한 느낌. 휴업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전쟁여파인듯... 실망이 컸지만 할수 없지 하고 대신 Aura라는 대형 몰을 찾아갔다. 하남의 스타필드 같은 느낌의 어마어마하게 크고 현대적 시설을 갖춘 쇼핑센터였다.

식당가도 무척 넓고 여러 종류의 식당이 있었다. 쇼핑몰 1층에는 큰 마트도 있어 계란 등 식료품을 잔뜩 샀다.

아쉽게도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카우치요청에 답이 없어서 시 외곽의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다. Apostol이라는 호스텔이었는데 가보니 카톨릭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시설인듯 했다. 특이하게 오후 7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어차피 일찍 들어갈 일이 없어 상관없었고 3만원정도로 착한 가격에다 깨끗한 침상과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노란 방안의 벽에는 예수님의 그림과 십자가가 걸려있었다.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차고도 있고 밤에는 문을 잠그는 철제울타리도 있어 안심이 되었다. 공용주방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수녀님이 운영하는 호스텔. 사진=김태원
수녀님이 운영하는 호스텔. 사진=김태원

아침에 커피와 크림스프, 계란과 소세지샌드위치를 만들어 든든히 먹었다. 호스텔 복도에 걸린 사진들을 보니 여러 구호사업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또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소량의 러시아 돈을 기부함에 넣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난다.

보통 대다수의 러시아 횡단 자동차 및 바이크 여행자들은 모스크바를 향해 계속해서 서쪽으로 가지만 우리는 스탄국가들에 가기 위해 여기부터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려가기로 했다.

국경통과는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카라숙으로 가서 밤을 보낼 계획이다.

한참 러시아에서 보기드물게 노면상태가 좋은 도로를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탄이 갑자기 왼쪽 샛길로 들어선다. 앞에 길을 막아놓은 것을 보았다고 한다. 공사 중인걸까?

왼쪽의 작은 길로 들어갔다가 얼마간 진행되면 다시 큰 길로 돌아올 생각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노란 파이프들이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로 들어왔다. 마을을 지나니 비포장길이 점점 좁아지고 길을 잘못 들어 작은 마을을 한바퀴 빙 돌아 나오기도 하고 차가 다닌 자국은 있지만 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을 계속해서 가다가 급기야 차가 더이상 갈 수 없을듯한 푹 패인 곳에 다다랐다.

탄이 내려서 앞에 길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온다고 나갔다. 겁이 더럭났다. 주변에 차는 커녕 사람 한명 다니는 것을 못본지 오래였고 만약 차가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불안했다. 러시아말을 전혀 모르는 데다 시골이라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러시아 국경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 가스관처럼 보이는 노란파이프가 많다. 사진=김태원
러시아 국경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 가스관처럼 보이는 노란파이프가 많다. 사진=김태원

탄이 돌아와서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과연 가능할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겨우 하나를 지나가면 또 비슷한 구간이 나와 수차례 멈추었다 쿵덕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나는 긴장해서 팔걸이를 꽉 잡은 손에 땀이 범벅이 되고 말수를 잃었다. 그저 속으로 아무 사고없이 이 구간을 지나가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느릿느릿 한시간 넘게 이런 길을 지나 겨우 큰 길이 눈앞에 보였다. "어휴 살았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깐이고 산너머 산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를 한달 넘게 다니면서 한번도 본적 없던 중앙분리대가 떡하니 있어 좌회전을 할 수가 없다. 다시 온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야한다.

한시간을 넘게 헤매며 온 방향으로 다시 10여km를 되돌아가서 겨우 유턴하는 곳을 찾아 돌아갈 수 있었다.

카라숙에 도착하면 러시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식당에 가서 아직까지 못 먹어본 보르쉬, 블린 등을 먹자고 격려하며 계속해서 달려갔다.

눈앞의 석양이 유난히 따가워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길에서 허비한 시간을 버느라 오후 9시가 되도록 달려서 어두워지기 직전 겨우 카라숙에 닿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여서 외식은 포기하고 겨우 마트를 하나 찾아 식료품을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마을 지도에 작은 호수같은 것이 몇개가 보여 예전처럼 호숫가 차박을 꿈꾸며 찾아봤지만 차를 대고 잘만한 곳은 없었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어느 아파트의 주차장에 들어가 마치 주민인 듯 차들 옆에 우리 차를 세우고 몰래 차박을 했다.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별 탈 없이 조용하고 안전하게 잘 잘 수 있었다.

6시경 일어나 아침은 건너뛰고 바로 국경으로 출발했다. 되도록 일찍 가고싶기도 했고 긴장되어 뭘 먹을 생각이 없었다.

카라숙에서 국경인 App 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많은 차들이 와있었다. 대형트럭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이 너무 길어 "헉, 저 차들을 다 기다려야 하나?"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작은 승용차나 우리같은 캠핑카는 훨씬 짧은 옆줄에 세우면 되었다. 아마도 절차가 다른 모양이다.

그래도 꽤 긴 줄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동안 탄이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트럭기사 아저씨들과 떠들썩하게 여행이야기를 나누었다.

트럭기사님들 중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기사님이 있다
트럭기사님들 중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기사님이 있다

나는 비행기 여행때 농수산물은 국경통과가 안되서 버려야했던 기억이 떠올라 남은 감자를 급히 삶기 시작했다. 익힌 것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 여행내내 차로 국경을 지날때에 과일이며 농수산물이 문제가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차를 안쪽으로 이동시키고 내려서 사무소에 들어가 출국심사를 받았다.

우리 앞의 러시아 사람들은 금방금방 끝나 지나가는데 탄이 차례가 되자 이야기가 길어진다.

긴장되는 출국심사..말이 통하지 않아 더욱 답답하고 떨린다

차량의 짐을 모두 내려야한다. 말이 안통하니 서로 답답하다. 자동차등록증을 달라는 것일까?
우리가 가져온 것들을 보이며 "이게 다예요" 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통한다.

조금 있다가 상관인듯한 군인이 와서 우리 서류를 살펴보더니 심사관한테 이거면 된다고 하는 듯 해서 한시름 놓고 한참만에 겨우 여권에 도장을 받았다.

다음은 차 검사.

방바닥TV를 보고 이곳 국경이 까다롭지 않다고 들어 일부러 찾아왔는데 참, 사람마다 다른가보다. 까브리에 있는 거의 모든 짐을 몽땅 다 바닥에 내려서 하나하나 열고 속까지 샅샅이 파보고 나서야 됐다는 사인이 났다.

전에는 내 살림이 여러 모르는 사람들 앞에 까발려지는 것이 창피하고 속상했던 때도 있었지만 한두번 겪고나니 그저 이 사람들도 자기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출국에 3시간이 넘게 걸려 겨우 나왔다.

이번엔 카자흐스탄 입국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또 긴 줄을 기다려서 우리 차례가 되었다. 또 차량등록증이 문제다.

자기들이 익숙한 뭔가 작은 종이를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린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영문차량등록증이랑 러시아 입국시 받은 증서가 다일뿐. 기다리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오고, 왔다갔다 몇번을 하고난 후에야 드디어 40여분만에 우리 여권에 입국 도장이 찍혔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권을 받아 차를 타고 출입국 너머로 이동하려하자 또다시 차를 세우는 카자흐스탄군인. '후, 또 짐을 몽땅 빼야하는건가?' 다행히 이번엔 4~5개정도만 빼고 살펴보더니 가라고 했다.


이렇게해서 약 5시간 만에 국경을 넘고나니 둘다 진이 쏙빠져서 국경사무소가 안보이는 곳으로 얼마간 이동하고는 차를 세우고 한동안 맘을 추스려야했다. 국경 넘는 것은 정말 긴장되고 힘이 들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WoAEJASdzWk?si=6clXQ_AqDO5EDx_m>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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