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글로벌 감각으로 조직 변화 이끌어
유연근무제·직급체계 축소 등 실시
역량·전문성 갖춘 인재 성장 길열어
‘정의선 차’ 제네시스 성공 일등공신
미래차 과도기 문제들 성공적 관리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
글로벌 감각으로 조직 변화 이끌어
유연근무제·직급체계 축소 등 실시
역량·전문성 갖춘 인재 성장 길열어
‘정의선 차’ 제네시스 성공 일등공신
미래차 과도기 문제들 성공적 관리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
"수소 사업은 현대자동차가 사명감을 갖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부침이 있고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감하게, 또 끈기 있게 하려고 합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과감하고, 또 끈기 있게 목표를 이뤄가는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장 사장의 평소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닛산·GE 등 '글로벌 감각' 탁월
장 사장은 재계에서 잘 알려진 '글로벌통'이다.
1964년생인 장 사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일본에선 닛산 계열사에서, 국내에선 삼성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삼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또 제너럴일렉트릭(GE)에선 플라스틱부문 아시아 공급망 관리(SCM) 본부장을 맡는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영어와 일본어 등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현대차는 2022년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는데, 당시 장 사장이 직접 일본어로 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파원들은 장 사장의 수준급 일본어 실력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2011년 현대글로비스, 2012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장 사장이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 2018년부터다. 그 해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시작으로 2019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 2020년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의선 회장이 2020년 10월 회장 취임한 이듬해인 2021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변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정의선 체제' 아래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꾼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도 장 사장의 공적이다.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차그룹을 도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도약시킨 데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주효했지만, 현대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장 사장의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다. 현대차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장 사장은 경영관리 능력이 탁월한 인사"라며 "내연기관차에서 미래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점을 높이 살만 하다"고 말했다.
■ 기업 문화 바꾼 현대차의 '히딩크'
장 사장은 외부 출신으로 현대차의 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히딩크'로 불린다. 전자기업이 자동차를 만드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수적인 군대식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정의선 회장의 구상이었다. 이를 구체화시킨 게 2019년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이었던 장 사장이다. 이 때부터 현대차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다. 복장 자율은 물론이고, 유연 근무제, 직급 체계 축소 등이 일사분란하게 전개됐다. 여성 직원조차 출근복장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곳이 과거 현대차였다. 스키니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여성 직원을 색출하러 다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최근 현대차그룹을 방문했다는 한 인사는 "예전 생각에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현대차 본사인) 양재동 사옥을 찾았다가 혼자만 넥타이 차림이라 꽤나 겸연쩍었다"면서 "단순히 복장뿐 아니라 회장보다도 동석한 임원들이 거리낌없이 말을 더 많이 하는 상황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식 문화의 대명사로 불린 현대차가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사장이 만든 기업문화 혁신TF는 현재 정식 조직(기업문화혁신팀)으로 가동되고 있다. 승진 연한 제도도 폐지했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 회장은 기존의 군대식 문화 개혁에 이어, 최근엔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전자기업보다도 더 치밀해져야 한다"며 다시 한번 조직문화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이런 비전은 장 사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현대차 안팎의 시선이다.
흔히 '정의선의 차'로 불리는 제네시스는 장 사장에게도 애착이 많은 사업이다. 2020년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현안 하나하나를 모두 직접 챙겼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오늘 날 현대차를 있게 해준 핵심 사업이다. 제네시스의 성공으로 실적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누렸기 때문이다. 마치 렉서스의 약진으로 도요타가 호실적을 이어가는 것처럼, 제네시스 효과로 현대차를 다시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장의 제네시스 키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 3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제네시스 GV90의 토대가 될 콘셉트 모델 '네오룬'과 고성능 트림 '제네시스 마그마'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브랜드 확장 의지를 나타냈다.
작년 전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한 현대차는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장 사장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 불어 닥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를 동시에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는 "현대차 성장의 근간이 된 '품질경영' 확대를 기반으로, 전기차 근본 경쟁력 강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 전환체계를 본격화하겠다"면서 "대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본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약력 △1964년생 △고려대 사회학 학사·미국 보스턴대 경영학 석사 △ 2012년 현대차 생산개발기획사업부장 상무 △2015년 현대차 고객가치담당 전무 △2017년 현대차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전무) △2018년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2019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 △2020년 현대차 경영지원본부·국내사업본부·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 △2021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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