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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불법 공매도 근절대책 이번엔 확실하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6 18:53

수정 2024.05.06 18:53

금융당국, 글로벌IB 9곳 불법 적발
통제시스템 조기 구축·처벌 강화를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진행 경과와 해외 금융당국과의 협력 및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진행 경과와 해외 금융당국과의 협력 및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2000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결과 글로벌 투자은행(IB) 9개사가 총 2112억원 규모(164개 종목)의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 중인데, 위반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올해 1월 금감원은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IB 4개사의 총 1096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BNP파리바·HSBC는 265억원의 과징금 제재 및 검찰 수사, 연루자 일부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한 불법 공매도는 잔고 관리 미흡 등 시스템상의 오류가 더 큰 이유라고 했다. 내부 부서 간 주식대차 과정에서 대여된 주식을 타 부서에 매도하는 등 소유주식을 중복·과대 계상해 주문했다. 외부에 빌려줬거나 담보 제공된 처분제한 주식의 반환이 확정되기 전에 매도주문을 낸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공매도 법규를 잘 몰랐고 내부 시스템상 오류라고 해도 이 같은 공매도는 엄연히 불법이다.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간 글로벌 IB들의 불법 공매도는 의혹만 있을 뿐 실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홍콩 등 해외 금융당국과 불법 공매도 조사 공조도 어려웠고,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실시간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번번이 무산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인 주식으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 밸류에이션 조절, 증시 거품 해소, 투자 헤지의 순기능을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하지만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다.

우리나라는 오는 6월 말까지 모든 공매도가 한시 금지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HSBC 불법 공매도 사태와 2차전지 관련주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글로벌 경제위기도 아닌데 "불가피한 조치"라며 금지한 것이다. 당시 1400만 개미 표심을 잡기 위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컸다. 현재로선 7월 재개보다 연말이나 내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전 공매도가 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우선 이번에 드러난 고의성·조직적 불법 공매도에 대한 신속한 제재와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적발시스템 조기 가동, 위반 규모의 30% 정도인 과징금 기준 상향 등 처벌 강화 및 근절 약속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기간을 1년에서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 대외신인도 하락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단행한 '공매도 중단'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을 위해서라도 불법 공매도 근절대책을 확실하게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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