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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남긴 성범죄 고백,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니면 증거 안 돼" 대법 [서초카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4:15

수정 2024.05.07 14:15

"유서에 구체적인 범행 내용이 들어 있지 않고, 피해자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아"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유서에 성범죄를 고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도, 그 내용이 신빙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인 범행 내용이 들어 있지 않고, 피해자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옛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2일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유서가 2021년 3월 발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씨는 중학교 2학년 때인 2006년 같은 반 여학생에게 집단으로 술을 먹이고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성폭행 했다고 유서에 고백하면서 당시 친구 3명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끝에 2021년 12월 친구 3명을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은 유서의 신뢰 문제 때문에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은 제314조에서 사망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때 조서 혹은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2심 법원은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며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으나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유서에 구체적 범행 내용에 관한 진술이 없고, 피해자의 진술 등과도 명백히 배치되는 부분도 존재하는 등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유서가 작성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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