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은 최근 당으로부터 하나의 문자를 받았다. 22대 총선 패배 원인을 규명할 백서, 일명 '오답 노트' 작성을 위해 설문조사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설문조사는 공천 룰, 공약, 선거 조직 및 지원, 선거 홍보, 여의도연구원, 당정관계 및 현안 등 크게 6개 파트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점수로 평가를 매기는 방식이지만 각 분야마다 주관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작성할 수 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아픈 말일 수 있지만 문항 하나 하나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다. 답변을 제출한 총선 후보들, 심지어는 이 설문조사를 만든 사람도 아마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결국 총선 전에 이 작업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특히 총선 전 당이 격전지로 불렀던 곳에 출마한 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 몰라서 진 것이 아니라 들을 의지가 없어서 진 것에 가깝다.
게다가 기자들은 이미 총선 내내 기사로 선거 전략 전반에 대한 분석을 내놓지 않았던가. 복수의 매체가 총선 패배에 대한 경고도 여러차례 했었다. 패배 원인도 기사로 이미 나와있다. 기자들이 예언자라서가 아니라 원인이 뻔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문항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저격했다는 지적은 일단 차치해두자. 한 전 위원장도 당시 당의 수령탑으로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문제가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백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참패 후 작성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백서 내용을 자세히 보면 흥미롭다. '정부여당(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재난지원급 지급 추진'이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한 기자들은 2.2%에 그친 반면, 당시 총선 후보들 사이에선 17.8%가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22대 총선 직후 정권심판론에 대한 입장도 비슷한 듯 하다. '상대가 너무 강해서 졌어요'라는 말은 하기 쉽다. 그러나 외부인들은 사안을 냉정하게 본다. 당원들도 다음 선거를 위해 그랬으면 한다.
당 출입기자는 제3자이지만 당과 함께 가장 가까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들은 원외 인사가 됐지만 앞으로도 지역에서 민심을 피부로 느낄 사람들이다. 중요한 건 이런 이들과의 소통을 정례화하는 것이다. 등잔 밑에 답이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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