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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오세훈이 꿈꾸는 ‘한강의 기적’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8 18:23

수정 2024.05.15 11:46

김경수 전국부장
김경수 전국부장
한강은 총길이 494㎞에 최대 강폭 1.2㎞에 달한다. 순우리말로 '큰 강'으로 풀이되는 한강은 작은 바다라고 느껴질 만큼 세계적으로도 폭이 넓다. 영국 런던 템스강, 프랑스 파리 센강, 독일 베를린 슈프레강, 러시아 모스크바강들의 강폭은 50~200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름철 레저용 배들을 제외하곤 한강은 거의 텅 비어 있다. 각종 물류, 교통, 관광 수단으로 활용되는 해외 강들과 비교하면 한강은 활용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강이 가장 주목받는 시기는 어쩌면 홍수 조절이 필요한 장마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강 나루들은 원래 조선 상업과 무역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서울 여의도, 용산과 가까운 마포나루는 지난 18세기부터 쌀과 생선·젓갈 등을 파는 시전이 밀집했다. 마포나루는 한양 남서쪽의 대표적인 포구이자 관문이었다. 서해를 따라 올라온 전국 각지의 특산물들이 이곳을 통해 도성으로 들어왔다.

소금을 판매하는 마포 염전을 비롯해 목재류 등을 취급하는 각종 점포들은 조선 최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해 염전에서 거둬온 소금을 보관하기 위한 소금창고도 마포나루 인근에 조성됐다. 소금창고는 마포구 염리동 일대에 많았다. 염리동은 '소금동네'라는 뜻이다.

별영창·만리창과 같은 대규모의 국영 창고도 마포와 용산 일대에 자리 잡았다. 별영창은 훈련도감 군인들의 급료를 보관하던 군사용 창고로, 지금의 마포구 도화동과 용산구 청암동 경계에 있었다. 용산구 도원동과 효창동 부근에 있던 만리창은 구휼미와 대동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심지어 1866년 천주교 박해사건 뒤 병인양요를 일으킨 프랑스 함대가 한강을 따라 올라왔던 곳도 마포 부근이었다. 6·25전쟁과 개발시대를 겪으면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옛 모습은 사라졌고, 육로가 발달하면서 마포나루의 옛 명성은 사라져 갔다.

그 뒤로 정적만 가득했던 한강 나루들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속에서 150여년 만에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한강에 수상 호텔, 오피스, 서울항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먼저 발표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강변 개발을 핵심으로 했다면 이번 계획은 수상시설 개발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다.

우선 오는 10월부터 마곡에서 잠실까지 리버버스를 운행한다. '교통지옥' 서울에서 1시간여가 걸리는 강북~강남 출퇴근 거리를 대폭 줄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잠실과 이촌엔 항만 역할의 마리나를 건립하고, 선박 계류장도 지금의 130개에서 1000선석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인 아라뱃길과 연계한 '서울항'도 조성한다. 홍수기 때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한 수상 오피스와 호텔, 세계 음식을 맛보는 수상 푸드존도 들어선다. 민간투자 3135억원, 서울시 예산 2366억원 등 총 5501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현재 연간 90만명가량인 한강 수상시설 이용자를 종합계획이 마무리되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만명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가 6800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9256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한강의 기적을 통해 2년 뒤 대권 기반을 쌓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 시장의 한강 개발 프로젝트는 단 몇 년 만에 출발한 것이 아니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 2007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구상했다. 이후 2023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2024년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으로 사업을 이어 왔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될 무렵의 어린이들은 이미 청년이 됐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오랜 한강프로젝트 추진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와 경험도 많이 쌓았다.
오 시장이 꿈꿔왔던 '한강의 기적'이 이젠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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