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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첫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을 개발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로봇사업팀을 해체하고, 연구개발(R&D) 인력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배치해 로봇 분야 선행 개발의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적 변화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포석을 두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DX 부문의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을 해체했다. 로봇사업팀은 2021년 12월 태스크포스(TF)에서 팀으로 격상돼 삼성전자의 첫 상용 로봇 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2년 6개월 만에 150여명의 로봇사업팀 구성원들은 기존 부서로 복귀하거나 전경훈 CTO(삼성리서치장) 산하의 TF로 재배치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봇핏의 개발과 양산을 위한 작업이 끝난 만큼, 향후 로봇 사업 역량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R&D 인력은 CTO 산하 TF로 재배치해 삼성리서치 로봇 연구팀과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첫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은 올해 상반기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진출해 실버타운 등에서 보행 보조기구로 활용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4에서 "피트니스와 필라테스부터 시작해 향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봇핏은 올해 3·4분기 B2C 판매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봇핏의 본격 판매를 앞두고 로봇사업팀이 해체된 걸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판매와 운영, 마케팅 관계자들은 부서를 옮겨서도 기존 봇핏 업무를 맡는다"며 "제품 업데이트도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5년을 공들인 봇핏의 기술력이 예상보다 더디자 전담팀을 유지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협동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확대하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83%를 확보해 2대 주주다. 여기다 콜옵션을 통해 지분율을 59.94%까지 높일 수 있는 권리도 있어 조기 인수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 부회장도 CES2024에서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로봇은 제조, 리테일, 홈과 개인을 위한 로봇"이라며 "결국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이어 올해 1월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스에 투자했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이을 신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지목한 만큼 로봇에서도 초격차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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