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대통령실

협치 의지 거듭 강조한 尹, 채상병 특검법은 '조건부 수용'[취임2주년 기자회견]

김학재 기자,

서영준 기자,

전민경 기자,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9 16:51

수정 2024.05.09 16:51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정치분야 질문에 협치 강조
채상병 특검법 "의혹 있다면 내가 먼저 주장할 것"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국민 사과
야권 특검법 요구는 일축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 입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 입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야당과 협치 의지를 거듭 피력한데 이어, 야당이 촉구하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특검법에 대해서도 조건부 수용론을 제시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입법안들의 통과를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만남에도 열린 모습으로 협치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야권에서 강하게 제기하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면서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기존 수사당국의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관련 특검법은 수용 불가함을 거듭 강조했다.

■尹, 조국·이준석에도 열린 반응

윤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국·이준석 대표와의 만남 여부에 대해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협치'에 대해 윤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이후 다양한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념과 노선, 정책 등 면에서 이질적인 여야가 단박에 협치를 이루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수시로 야당 지도자들과 소통을 통해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국 정치가 오랜 기간 지나칠 정도로 갈등만 양산하는 구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서로가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주목하는 야당과의 협치분야는 특히 민생 관련 입법이다. 주로 금융지원을 비롯해 복지분야 및 정부부처 신설 등을 위해선 반드시 입법 지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민생이슈 실현을 전제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는 '아이돌봄 지원법',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처리돼야할 과제다.

윤 대통령은 "지금 바로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면서 "정작 할 일은 뒤로 미뤄놓은 채 진영 간 갈등을 키우는 정치가 계속되면, 나라의 미래도, 국민의 민생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라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정책 과제와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저와 정부부터 바꿀 것을 바꾸고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수용 언급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 윤 대통령은 전격적인 수용에는 선을 그었으나 사실상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본 뒤 그래도 부실하다고 판단된다면 그때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특검법 카드를 내민 다수 야당을 겨냥해 정치공세임을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수사당국에서 국민 여러분께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당장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앞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할 수 있겠느냐.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협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거대야당과 관계를 단절할 수 없기에 일부 양보 모양새로 협치의 여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어떤 면에선 정치 공세이고 정치 행위"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파우치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연초 신년 대담과 달리 낮은 자세를 보였지만, 전임 문재인 정권 검찰에서도 철저히 수사했던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관련 특검법 요구는 일축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서영준 전민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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