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남편은 왜 아내를 때리는 걸까. 자기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걸까. 분노 조절을 머릿속으로 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해야만 하는 걸까.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자존감을 충족하고자 하는 것 같다.
"나만 벌고 엄마랑 너희는 편히 쳐잔다" 골프채 폭행까지
필자는 아내의 의뢰로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남편을 특수상해, 아동학대로 고소하고, 함께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남편은 운동선수 출신으로, 태어나기를 남들보다 모든 신체 조건에서 두 배 정도는 월등하게 태어난 것 같은 건장함과 강함이 느껴졌고, 아내는 남편의 신체 조건을 닮은 자녀들보다 키가 작고 왜소해서 뒷모습만 보면 자녀들보다도 어린 동생 같은 연약함이 느껴졌다.
그런 아내를 남편이 때린 이유는 ‘말이 안 통해서’이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평균적인 귀가 시간이 새벽 3시이다. 그게 일 년 중 하루 이틀이면, 집에 일찍 좀 들어오라고 하는 아내를 필자라도 탓하겠다. 그런데 일 년 중 하루 이틀 빼고 매일이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남편에게 잔소리하고 싶지 않을까. 늦게 들어와서 집에 있는 불을 전부 켜고 아이들을 깨워서 잔소리를 시작한다. 아빠가 들어왔는데 아무도 나와서 반겨주지를 않는다, 내 말이 말 같지도 않느냐, 너희 입히고 먹이려고 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느냐, 나만 돈 벌고 엄마랑 너희는 편히 쳐잔다 등 뻔한 술주정 내용이다. 그러다 어느 한 명이 자기 말에 집중하지 않고 그 표정에 멍함이 느껴지면,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집어 던져서 박살을 낸다. 거실 테이블을 던져 테이블 다리에 머리를 맞은 아내는 수십 바늘을 꿰맸고, 골프채로 맞은 아이들은 다리에 피멍이 들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만들고 거실에 있는 화분에 소변을 보았다. 그 지저분한 소리와 냄새는 겁을 먹고 숨죽이는 가족들이 있는 고요한 거실에 매우 명확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아내, 자녀 폭행으로 자존감 채워
말이 안 통해서 때리고, 때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또 때린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들으라는 것인지. 필자가 느끼기에는, 남편은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남편에게는 ‘나’라는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내 말 한마디, 내 작은 행동 하나에 겁을 먹는 반응을 보이니, 나라는 존재는 확실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가정폭력으로 만신창이가 된 아내와 자녀의 자존감을 빼앗아 자기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자존감을 잃는 것은 내면의 살을 베는 것과 같아서, 칼로 살을 베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견디면서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은 재판부도 충분히 공감하기에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넉넉한 위자료를 인정해주었다. 아직 형사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반드시 엄벌을 받기를 바란다. 그동안 짓밟은 아내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하여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질 때까지, 아마도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은 그 기간에 철저한 응징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내 외의 다른 어떤 여성에게도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스스로 결심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한편으로는 응원한다.
[필자 소개]
박주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중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형사 및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내변호사 박변호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익성을 가진 특수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뢰인에 대한 최선의 법률서비스와 변호사로서의 공익적 사명감이 조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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