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영끌’이라고 말한다. 2030세대를 통상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까.
최근 한국부동산원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부동산분석’ 최신호에 ‘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이라는 논문이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핵심은 실제 '영끌' 비중은 미미하고, 자기 자금 또는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아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30 영끌로 주택 구입?...3.8%에 불과
우선 2019년부터 제공되고 있는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통계를 보면 2030세대가 주택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을 보면 전국 기준으로 2020년에는 29.2%를 기록했다. 2022년 28.4%, 2023년 31.2%, 올 1~3월 29.9% 등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0년 37.3%, 2021년 41.7%, 올 1~3월 35.2% 등 3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10채 중 4채를 20대와 30대가 사들였을 정도다.
20대와 30대는 상대적으로 자본 축적기간이 짧다. 때문에 주택 구입자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은 산 2030세대가 적다는 것이다.
‘20·30세대 영끌에 관한 실증분석 논문’을 살펴보자. 우선 분석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다. 서울 소재 3억원 이상 주택 구입자로 한정했다. 주택 매입시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영끌 기준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초과’한 경우로 잡았다. DSR 40% 초과 의미는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한액이 소득의 40%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DSR 40% 초과’ 영끌 매수자는 20대와 30대가 1778명(비중 3.8%)에 불과했다. 40대 이상 1865명(2.2%)과 차이가 거의 없다.
범위를 넓혀 DSR 기준을 30% 이상으로 하면 2030세대 영끌 매수자는 14.7%로 늘어난다. 50% 이상으로 하면 오히려 1.3%로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끌에 가려진 자산이전...더 커진 격차
연구진은 “DSR 40% 기준으로 청년 세대의 영끌 매수자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30% 기준을 적용해도 10%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청년층에서 무리하게 영끌을 통해 집을 산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20대와 30대의 경우 영끌 매수보다는 충분한 자기 자금을 갖추고 본인 입주용 주택을 구입했거나, 부모로부터 비과세 범위를 초과하는 지원금(증여)을 받은 매수자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30대는 영끌 매수자가 1098명에 그쳤다. 반면 차입금 없이 본인 입주용 주택을 구입한 매수자가 4497명으로 더 많다. 아울러 30대의 경우 가족의 도움을 1억5000만원 이상 받아 주택을 매입한 청년이 7000명이 넘는다.
한마디로 영끌 이면에는 부의 대물림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20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세대내 격차가 크게 나타났고, 비과세 한도를 뛰어넘는 자산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영끌 담론에 가려져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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