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수년 전 KBS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를 휩쓸던 아나운서가 있었다. 재치 있는 멘트와 유쾌함으로 항상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던 이는 바로 김선근(40). 예능인 못지않은 끼를 발산하던 그는 2022년 KBS에서 퇴사한 뒤, 다채로운 일에 도전하며 더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대학교 재학 중 연극에 푹 빠진 김선근은 20대 중반까지 무대에 오르며 대학로에서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나이가 찬 뒤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하게 됐고, 본인에게 가장 잘 맞을 직업이 아나운서라 생각했다고. 이에 열심히 노력한 김선근은 2012년 입사한 연합뉴스TV를 거쳐 2014년 KBS 아나운서가 됐다. 이후 '연예가중계',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스포츠9', '노래가 좋아' 등의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KBS 해피FM '럭키세븐' 등 다채로운 방송을 진행하며 본인의 끼를 마음껏 펼쳤다.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즐거움까지 선사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연차가 찰수록 방송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한정됐고, 다소 아쉬움을 느낀 김선근은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왔다. 이후 TV조선(TV CHOSUN) 트로트 서바이벌 '미스터트롯2'에 참가해 화려하게 퇴사 소식을 알린 그는 아나운서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러 분야에 도전했다. 덕분에 지금은 방송인, 진행자, 강사, 가수, 유튜버 등 하고 싶었던 일을 실컷 하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는 일을 막지 않고 하루하루 '태워 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열정맨'.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워가며 살아가는 성실한 김선근을 [아나:바다]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퇴사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일정은 3~4주 전에 들어와서 이를 중심으로 일을 진행하고, 일이 없을 때는 육아와 개인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 주말에는 행사가 없으면 거의 '풀 육아'를 하고…'워킹 대디'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미소)
-지난 2022년 KBS에서 퇴사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시장이 포화 상태임에도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가 무엇이었나.
▶(연차가 쌓일수록) KBS에서 하는 일이 점점 한정됐다. 이전 세대까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일이 점점 줄어들더라. KBS는 너무 좋은 회사이지만, 내 안에 있는 파이팅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적다고 느껴져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싶었다. 40대를 앞두고 그만두게 됐는데 후회는 없다. 야생으로 나온 뒤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넓어졌고.
-주변에서 퇴사를 말리진 않았나.
▶내가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안 듣는 편이다.(웃음) 일단 아내는 반대를 안 했고, 부모님도 나를 믿어주셔서 '그래 한 번 해봐'라고 해주셨다. 아나운서 선배들도 '선근이라면 잘할 거야'라면서 한 명도 말리지 않더라. 날 믿으셨던 건지 관심이 없으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미소) 다들 응원만 해주셨다. 아나운서 중에 제일 친하게 지낸 분들이 박은영, 도경완, 조충현 선배인데 나온다고 하니까 '나오면 빡세다', '일이 바로는 안 들어오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일이 넘치면 나한테 줘라'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더라.(웃음)
-12년 동안 아나운서로 일했으면 그만큼 이 일에 대한 애정이 깊었을 텐데,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걸까.
▶사실 내 꿈은 아나운서가 아닌 연극 배우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대학로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공연을 안 올릴 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과외를 해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은 다 연극을 올리는 데 사용했다. 27살까지 그 생활을 반복했는데, 어느 날 공연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로 성공하는 건 0.1% 정도인데… 집에서 장남인 내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때부터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직업이 아나운서였다. 서류 요건은 갖추고 있었고, 연극을 했으니 발성이 잡혀 있었다. 거기다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직업이니 '이거다' 싶은 거다. 그때부터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해서 연합뉴스TV에 들어갔고, 2년 뒤에 KBS 아나운서로 입사하게 됐다. 이후에 즐겁게 일했는데,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 거다.
-퇴사 후 잠깐의 공백기가 있었다. 불안한 마음은 없었는지.
▶엄청 불안했다. 다시 취업준비생이 된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정도만 다를 뿐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있다.
-이후 두 달 만에 새 회사를 찾았다. 트로트 가수가 대거 포진된 곳과 계약을 한 것이 의외였다.
▶'6시 내고향'을 하면서 출연했던 트로트 가수들과 친분이 깊어졌고, 자연스레 소개받았다. 생각해 보니 그 회사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없더라. 내 목표가 '일 많이 하기'인데, '이 회사에 들어오면 진행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싶었고, 더 많은 기회를 얻지 않을까 해 함께하게 됐다.
-퇴사 후 첫 행보가 '미스터트롯2' 출연이었는데.
▶오래 다닌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만큼 큰 무대를 스스로 준비하며 담금질하고 싶었고, 퇴사 소식도 시청률 높은 곳에서 알리고 싶었다. 마침 회사에서도 권해주셔서 재밌는 도전에 나서게 됐다. 하면서 확실히 가수는 가수인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 가수들은 3분 안에 승부를 보는 '힘'이 있더라. 나도 가고 싶은 길이긴 하지만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아 쓸쓸하게 걸어갔다. 주변에서도 '열심히는 하는데 떨어질 줄은 알았어'라고 하더라.(웃음) 그래도 다들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 이후에는 트로트 행사에도 진행자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신곡 '뜨거운 남자'를 내고 드디어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꾸준히 활동할 계획도 있는지.
▶곡을 내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 친한 형과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즐겁게, 열심히 녹음했다. 노래를 들은 회사 식구들은 재밌다고 하고, (허)경환이 형은 '많이 힘드냐'고 하더라.(웃음) 앞으로도 싱글을 계속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앨범은… 내가 내 곡을 세 곡 이상 안 듣고 싶더라. 하하. 행사를 가면 오프닝에서 부를 수 있을 곡들을 몇 개 더 내고 싶다.
<【아나:바다】 김선근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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