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9 자주포 3조원 수출' 백지화 위기..K방산, 더딘 금융지원에 좌불안석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2 15:42

수정 2024.05.12 15:42

지난 4월 강원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수도포병 여단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강원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수도포병 여단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군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방산 분야 '빅4'의 수주잔고가 1년 새 15조원 증가한 76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확대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실제 자본 투입이 미뤄지고 있어 당장 3조원대 폴란드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수주잔고 76조...전년비 23.8%↑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방산 4사의 수주잔고 총액은 총 76조89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61조4742억원 대비 23.8%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1·4분기 수주잔고가 30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AI 21조2718억원, LIG넥스원 19조2876억원, 현대로템(방산부문) 5조229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K방산의 수주 풍년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는 등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 세계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 탓이다.

국내 방산 업체들의 무기는 성능과 경제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유럽·중동뿐 아니라 남미·동남아·호주 등으로 무기 판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근 최대 방산 수요처인 폴란드의 경우 지난 2년간 무기 수출 규모가 150억달러로 전체 무기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K9 폴란드 2차분 백지화 위기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지원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이미 계약이 완료된 폴란드 2차 수출 물량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까지 수은에 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은 정부 간 계약의 성격이 짙고 규모가 커 무기 수출국이 구매국에 정책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폴란드와 체결을 완료한 5조6526억원의 2차 물량에 대한 무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 폴란드와 체결한 K9 자주포 152문(3조40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은 다음달까지, 천무 다연장로켓 72대(2조2526억원 규모)는 오는 11월 말까지 별도의 금융지원 계약을 마련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경우 아직까지 폴란드와 2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K2전차 협상을 진행 중이다. 폴란드가 도입하기로 한 K2전차의 잔여 물량은 총 820대로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역시 우리 정부의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백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나 유럽연합(EU)의 상황이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K방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속도감있게 수출금융을 신속히 실행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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