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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의 폐암세포만 찾아 죽이는 치료제 찾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2 12:00

수정 2024.05.12 12:00

KIST-생명공학연구원-국립암센터 협력
국내 폐암환자 1597명 시료 데이터 분석
STK11·ERBB2 변이 가진 세포가 암세포로
암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암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이철주 박사팀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영 박사팀, 국립암센터 한지연 박사팀과 함께 치료 표적이 없었던 비흡연 한국인 폐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비흡연 폐암 환자 1600명의 시료를 분석해 항암제 사라카티닙이 치료 표적이 없었던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12일 KIST에 따르면, 비흡연 폐암 환자의 약 8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표적이 없는 나머지 환자는 부작용이 많고 항암제 반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비흡연 폐암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특히 여성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연구진은 지난 10년 동안 국립암센터를 방문한 비흡연 폐암 환자 1597명의 생체검사 시료를 분석했다.
이 중 치료 표적이 발견되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 101명의 폐암 조직을 확보해 유전자, 단백체, 인산화 단백체 데이터를 교차 분석했다.

특히 단백체 분석에서는 동중원소표지법을 활용해 기존 단백질 분석에 필요한 양의 10%만 사용하면서도 시료당 평균 9000여 종의 단백질과 5000여 종의 인산화 단백질의 양을 측정할 수 있었다.

비흡연자의 폐암세포만 찾아 죽이는 치료제 찾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진 'STK11'와 'ERBB2'의 운전자 돌연변이 세포가 정상적인 증식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고 분열해 복제 세포를 만들고 암을 일으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또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신호전달 경로가 지나치게 활성화됐지만 호르몬 수용체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호르몬 치료제 대신 하위 신호전달 단백질을 막는 항암제인 사라카티닙을 STK11와 ERBB2 변이를 가진 세포에 적용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세포 죽음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에스트로겐 신호전달 경로가 특정하게 작동하는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분자 진단 기술을 개발 중이며, 비흡연 폐암 동물모델에 대한 사라카티닙의 치료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국립암센터와 전임상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철주 박사는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한 난치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 발견의 성공 사례"라며, "순수 국내 연구를 기반으로 병원과 연구기관이 협력해 이룬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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