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심 판결 뒤집고 파기환송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2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신주인수권을 받고 이를 행사해 주식을 취득했다면 이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속·증여세법(상증세법)에는 증여세 대상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사실상의 증여'에 해당하는 경우도 과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라 하는데, 대법원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에도 포괄적으로 과세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의 외삼촌 조모씨가 서울 성동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 전 대표의 외삼촌인 조씨는 2014년 신라젠이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후 이를 행사에 1주당 3500원 가액으로 신라젠 주식 142만8570주를 취득했다. 서울 성동세무서는 2018년 2월 이 거래를 통해 조씨가 약 166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2015년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상증세법)을 적용, 약 10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다목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전환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여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조씨는 '2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어서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같은 법 제 4조 제 1항 제 6호를 근거로 과세했다. 이 조항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얻은 주식전환 이익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규정했다.
조씨 측은 "성동구청이 과세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조씨가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이같이 법을 적용한다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일반 투자자까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무한정 확대돼 납세의무자의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판단이었다.
2심에서 판결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는 외삼촌 조씨와 함께 받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후 최대주주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 지위가 최대주주와 유사했다"면서 "경제적 실질이 유사해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이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성동구청이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은 전환사채 등을 인수·취득한 자가 발행 법인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발행 법인의 주주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과세대상과 과세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사람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거래와 행위로 얻은 이익에는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고, 상증세법 2조 6호 등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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