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법원만 쳐다보면 정부나 의협이 왜 필요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2 18:36

수정 2024.05.12 18:36

집행정지 항소심 금주 결정
기각 인용 따라 최대분수령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정원 배정절차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사진=뉴시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정원 배정절차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사진=뉴시스
석 달 가까이 이어지는 의료갈등 사태가 이번 주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13~17일 사이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두 가지 경우의수가 생긴다. 우선 재판부가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경우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입시에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게 사실상 무산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하는 시간을 따져볼 때 이달 말까지 끝내야 하는 입시절차를 마무리할 수 없어서다. 의료계의 승리다.

반면 기각으로 결론이 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확정 수순을 밟게 된다. 각 대학들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할 수 있다. 정부의 원래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순간이다.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명쾌하게 사태를 정리할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법원이 의료계의 손을 들어준다고 의료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정부의 증원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을 반영하는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다. 의료계의 최종 목표는 정부의 증원계획 백지화다. 증원계획이 한 해 정도 유예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 갈등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 의료불안은 더욱 심각해진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번 의료사태가 일단락될 수도 있다. 내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한 입시요강이 확정됨에 따라 절차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등 집단행동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 이견도 많아 의료계의 반발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 또한 그동안 의료계의 강경자세가 낳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낙인효과로 의료계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할 것이다. 의료인에 대한 불신 역시 국민의 의료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있었는지 법으로 따져보는 건 필요하다. 그렇다고 법원의 판단이 마치 한쪽은 옳고 한쪽은 틀렸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의료갈등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승자 혹은 패자로 갈리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법원 판단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나오든 간에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종 결정은 정부와 의료계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도출하는 게 윈윈하는 길이다.
양측은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의료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에 매진하기 바란다. 아울러 법원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할 방안 역시 강구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만 기다린다면 국민은 정부나 의협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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