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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뉴머니' 부동산PF 대책에 2금융권 "숨통 텄지만 충당금은 부담"

박문수 기자,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3 17:26

수정 2024.05.13 18:14

구조조정 '키'는 담보 토지 '가격'
두터운 시장 형성 없이 '헐값 매각 부담'
가격 형성될 때까지 버티자니 '충당금'
강화된 규제..인센티브도 달라는 업계
공사비 급등에 공사가 중단된 한 사업장 모습. 연합뉴스
공사비 급등에 공사가 중단된 한 사업장 모습. 연합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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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13일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업계 등 2금융권은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담보 토지를 경공매로 내놓거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적자를 낸 저축은행은 추가 충당금 적립 여력이 부족한 만큼 1~2년에 거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도록 연착륙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낮은 일부 2금융권 내에서는 최대 5조원에 달하는 새자금이 부동산PF 시장에 돌면 사업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읽힌다.

이날 2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담보 토지물의 옥석을 가려 시장에 '좀비 토지'를 내놓거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서울 사업장은 새자금을 긴급 수혈하게 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역 사업장을 둔 저축은행들은 오는 6월 이후 이자 유예 등으로 버티던 담보 토지물을 경공매로 내놓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이 더 이상 만기연장이나 이자유예를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이자 유예한 대출채권의 경우 연체 미발생을 이유로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하지만 새 기준에 맞추면 추가 충당금을 쌓을 수 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 5559억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손익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충당금 추가 적립과 원금손실 감수라는 외통수에 빠진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이뤄질 수 있게 정책의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되면서 사업성 평가 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데, 적자를 낸 저축은행들은 충당금 추가 적립 여력이 부족한 만큼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착륙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수혈책인 은행·보험권과 매도자이자 2금융권은 모두 '가격 눈높이 맞추기'가 열쇠라고 지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인 은행들은 가격이 싼 물건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6월 이후 경공매 활성화로 물건이 더 많이 나올수록 양측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이 이같은 관망세를 허물고 실제 경공매 낙찰로 이어진다면 연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릿지론, 즉 사업 초창기 일부 토지 사용권만을 담보로 부실한 대출을 내준 결과 대규모 익스포저에 노출된 금융사들은 '시장이 두터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매자들 간의 경쟁이 이어져야 담보 매각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쌓지 않으려면 공매, 결국 헐값에 처분해야하는데, 충당금을 쌓든 처분하든 손익에는 악영향"이라면서 "좋은 가격은 못 받더라도 원금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두터운 시장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많은 2금융권 내에서는 재평가 과정에서 사업성만 평가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공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를 할 수 없거나 대내외 여건, 개별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호금융업계도 비슷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PF시장 정책에 따라 새마을금고 부동산 대출 재구조화 및 정리에 적극 협조하여 지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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