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투명경영 강화 나선 수자원공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3 18:20

수정 2024.05.13 21:42

이삼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삼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투명하지 못한 경영은 글로벌 기업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엔론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엔론은 포춘지로부터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회계부정이 밝혀지며 같은 해 12월 파산했다. 주식시장의 신뢰는 무너졌고, 세계 경제는 위축됐다.
이후 투명경영은 화두가 됐고, '사베인즈-옥슬리법'이 제정됐다. 내부통제를 법으로 규정해 기업 투명성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오늘날 투명경영은 기업이 지켜야 할 행동양식이다. 특히 공동체의 번영을 목표로 하는 공기업은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국가 공적 자원을 관리하는 만큼 공기업의 투명경영은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과 생산성 향상, 민생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로 취임한 지 6개월을 맞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유일의 물 전문 공기업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첨단산업 전환으로 수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내부통제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고 있다. 경영의 전 과정을 투명이 드러내 업무 단계별 미비점과 취약점을 찾아 개선하고, 신뢰를 높여 수자원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자는 것이 필자의 목표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경영 효율성 감사'와 '내부통제 감사'를 실시해 소기의 재무적·제도적 성과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견제와 균형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포-아이즈 프린시플'을 강화했다. 두 사람 이상 관여하는 이중 체크로 업무 시작 단계부터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사후 징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감사의 무게도 옮기고 있다. 구성원 스스로 처음부터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좋은 감사 활동은 없다. 이에 '예방감사' 기능을 활성화하고 업무 수행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적극행정면책 제도'를 강화했다. 나아가 공익을 위해 업무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사전컨설팅 제도'를 활용 중이다. 성실과 정직이 복을 준다는 믿음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양심과 소신을 바탕으로 신나게 일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혁신과 번영은 뒤따를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는 30년간 산업은행에 몸을 담았다. 금융기관에 근무하며 신뢰가 생명이라는 것을 뼛속까지 깨쳐왔다. 물 관리 기관과 금융기관은 다르지 않다.
물과 돈으로 우리 사회를 흐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투명경영은 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첫걸음이자 최소한의 조건이다.
물의 가치가 석유보다 커지는 블루골드 시대에 금융기관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예방감사 확산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삼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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